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이 회사 홍콩지점의 해외채권 불법 판매를 도운 혐의로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당초 금융감독원이 내부적으로 정한 ‘기관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경징계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골드만삭스 서울지점과 최석윤 서울지점 공동대표에게 각각 ‘기관주의’와 ‘주의적 경고’의 제재 조치를 내렸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3년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없지만 기관주의는 특별한 제재가 없다. 최 대표는 임원자격 결격 요건인 문책경고에서 한 단계 낮은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 골드만삭스 '기관주의' 제재
제재심의위원회는 작년 12월19일 제재심에 처음 안건이 오른 뒤 네 번째 회의 만에 결론을 냈다. 이날 제재심에는 징계안 처리에 반대한 외부 민간위원 2명과 당연직 위원인 금융위원회 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나머지 6명의 위원이 2시간30분 가까이 심의를 한 끝에 만장일치로 제재 수위를 낮춰 처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작년 하반기 인가 없이 말레이시아 공기업 채권(1MDB)을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판매 및 권유한 혐의로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을 검찰에 통보했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과 임직원에 대해선 홍콩법인의 불법 영업행위에 지원·가담한 혐의로 징계안을 제재심에 올렸다.

그러나 앞서 세 차례 열린 제재심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자본시장법에 징계근거가 없다는 금융위 주장과 불법영업이 분명한 만큼 처벌해야 한다는 금감원 간의 대립이 이어졌다. 금융위는 증권회사를 제재할 수 있는 부당 업무집행 행위가 일일이 명기된 자본시장법에 골드만삭스의 유형이 적혀 있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금감원은 서울지점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홍콩법인과 공범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안이 확정되면서 홍콩법인에 대한 검찰 수사와 골드만삭스의 세금탈루 혐의 조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이 채권 인수·중개 수수료를 뗀 뒤 서울지점에 인건비 항목으로 수수료를 나눠준 사실을 확인했다. 금감원은 수수료 분배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지에 대해 국세청에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징계가 2009년 통합 자본시장법이 발효된 이후 금융당국이 외국계 증권사의 채권 영업행위를 처벌한 첫 사례인 만큼 해외 금융상품의 국내 직판매 관행에도 제동이 걸렸다. 앞으로 해외 투자은행과 국내 라이선스를 가진 금융사와의 중개위탁 영업이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