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관세의 인상은 기본적으로 내 물건은 잘 팔아먹지만, 네 물건은 사지 않겠다는 심보다. 이런 정책을 ‘근린궁핍화 정책(beggar thy neighbour policy)’이라 부른다. 타인이나 타국을 희생시켜 나만 잘살아보겠다는 정책이다.

관세 인상도 그런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타국이 그 피해를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을 것이라는 조건이 성립돼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스무트-할리 관세법으로 미국이 수입관세를 인상하자 다른 나라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수입관세를 높였다. 곧 전 세계적인 관세 인상 전쟁으로 번졌으며, 결국에는 모든 국가가 손해를 보는 결과를 낳았다.

1930년 미국은 수입관세의 대폭 인상 이후 잠시 동안은 공장이 잘 돌아가고 건설 계약이 맺어지고, 산업 생산은 전 분야에서 증가했다. 하지만 이 반짝 효과가 끝이 나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온다. 관세 전쟁을 촉발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생산이 대폭 감소하고 대량 실업자가 발생했다.

전면적인 관세 인상 전쟁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유사한 경우가 발생했다. 2000년 전남 무안과 신안을 지역구로 하는 한 국회의원이 중국산 마늘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를 취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행사했다. 무안과 신안은 전국 마늘 생산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마늘이 중요한 작물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지역을 지역구로 둔 정치인으로서 값싼 중국산 마늘의 공세로부터 지역주민을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표를 얻어야만 하는 정치인의 속성상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의 정치권의 논리를 인정하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나 컸다. 우리의 마늘 수입 제한에 발끈한 중국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휴대폰에 대한 수입제한조치로 맞섰다. 중국에서의 마늘 수입은 600만달러인데 반해 한국의 중국으로의 휴대전화 수출은 5억달러였다. 우리의 조치에 대해 중국은 80배가 넘는 금액의 보복으로 응수한 것이다. 이 국회의원은 이후에도 당시 중국이 자신에게 바보라고 했지만 한국산 마늘을 지켰다면서 자랑을 늘어놓았다.

스무트와 할리는 정치권에서 영원히 사라졌지만, 이 사람은 여전히 원로 정치인으로 여러 매체에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