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미술산책] 저렴한 가격에 구매 이점…안정 투자 원하면 공신력 있는 화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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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범 문화전문기자의 CEO를 위한 미술산책 (40) 갤러리에서 구매하기
미술품을 산다는 것은 삶의 동반자를 만나는 것이다. 자신의 생활공간에 걸어두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초보 컬렉터가 처음으로 부딪히는 문제는 작품을 어디서 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작품을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은 흔히 상업갤러리로 불리는 1차 시장이다. 서울 인사동, 소격동, 청담동 등에 터를 잡고 있는 우리말로 화랑이라 불리는 곳이다. 물론 이곳의 화랑도 재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2차 시장 성격의 화랑이 훨씬 많다. 초보자는 이곳에서 일하는 갤러리스트를 만나야 한다. 갤러리스트는 작품을 팔기도 하지만 신인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데도 힘을 쏟기 때문에 작품 판매만 전담하는 2차 시장의 아트딜러와는 다르다. 갤러리 규모가 영세한 국내에서는 큐레이터 혹은 화랑주가 갤러리스트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1차 시장은 왜 2차 시장보다 작품 가격이 쌀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업갤러리는 1년 내내 작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2차 시장보다는 낮은 가격에 팔아야만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 어차피 비슷한 가격대라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굳이 1차 시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인기 작가에게는 대기 수요가 많다. 물론 갤러리는 단골 컬렉터나 기관에 구매의 우선권을 준다. 그러다 보니 일반 컬렉터는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얻기 위해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작품성과 투자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런 불편은 감수해야만 한다. 인기 작가 전시회에 가보면 마음에 드는 작품에 이미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이미 대기자들에 의해 입도선매됐기 때문이다.
투자 가치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대관 전문 화랑에서 열리는 신인 혹은 중견 작가의 개인전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중저가 작품을 구매하면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안목을 터득한 다음 점차 확실한 투자 가치가 보장되는 인기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숨은 진주를 캐는 행운도 누릴 수 있고 새로운 트렌드를 경험할 수도 있다.
갤러리에서의 구매는 한 가지 제약이 따른다. 작품을 되팔 때 반드시 작품을 구입한 화랑을 통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내 돈 주고 산건데 왜 팔 때는 내 맘대로 못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 이유는 이렇다. 한 고객이 자신이 산 작품을 다른 곳에, 이를테면 경매에 붙일 경우 때때로 작가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값을 받으면 모르겠지만 경매에서 형편 없는 가격으로 낙찰되면 갤러리에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산 고객은 이로 인해 커다란 손해를 입는다. 또 새로 그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갤러리에 가격을 내리라고 압력을 넣을 수도 있다. 재판매의 제한은 갤러리가 시장의 가격 통제력을 유지하고 작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갤러리의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 대외적으로 신뢰가 쌓인 공신력 있는 화랑을 통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이런 지명도 있는 화랑은 군소 화랑에 비해 매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쌀 수도 있다. 그러나 유명 화랑은 자신들이 취급하는 작가의 시장 가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 안정성이 있다.
작품의 구매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그저 투자 목적으로 바로 창고에 넣을 작품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과 오랫동안 얼굴을 마주해야 할 무언의 동반자다. 개인전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다면 즉석에서 구매하기보다 일단 찜해놓고 진득하게 살핀다. 한두 차례 더 방문해 처음의 호감이 계속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처음으로 구매한 작품을 벽에 걸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치 처음으로 신방을 차리고 배우자를 맞이할 때의 설렘이랄까. 물론 미술품은 말이 없다. 그는 말로 소통하기보다 마음으로 소통하는 존재다. 기쁠 때는 기쁨을 무한히 확장시키고 슬플 때는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 준다. 그런 미술품의 진가를 알기 때문에 미술품을 한 번 사 본 사람은 그 견고한 수집의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아트 컬렉팅,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착 중 하나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초보 컬렉터가 처음으로 부딪히는 문제는 작품을 어디서 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작품을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은 흔히 상업갤러리로 불리는 1차 시장이다. 서울 인사동, 소격동, 청담동 등에 터를 잡고 있는 우리말로 화랑이라 불리는 곳이다. 물론 이곳의 화랑도 재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2차 시장 성격의 화랑이 훨씬 많다. 초보자는 이곳에서 일하는 갤러리스트를 만나야 한다. 갤러리스트는 작품을 팔기도 하지만 신인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데도 힘을 쏟기 때문에 작품 판매만 전담하는 2차 시장의 아트딜러와는 다르다. 갤러리 규모가 영세한 국내에서는 큐레이터 혹은 화랑주가 갤러리스트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1차 시장은 왜 2차 시장보다 작품 가격이 쌀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업갤러리는 1년 내내 작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2차 시장보다는 낮은 가격에 팔아야만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 어차피 비슷한 가격대라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굳이 1차 시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인기 작가에게는 대기 수요가 많다. 물론 갤러리는 단골 컬렉터나 기관에 구매의 우선권을 준다. 그러다 보니 일반 컬렉터는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얻기 위해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작품성과 투자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런 불편은 감수해야만 한다. 인기 작가 전시회에 가보면 마음에 드는 작품에 이미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이미 대기자들에 의해 입도선매됐기 때문이다.
투자 가치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대관 전문 화랑에서 열리는 신인 혹은 중견 작가의 개인전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중저가 작품을 구매하면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안목을 터득한 다음 점차 확실한 투자 가치가 보장되는 인기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숨은 진주를 캐는 행운도 누릴 수 있고 새로운 트렌드를 경험할 수도 있다.
갤러리에서의 구매는 한 가지 제약이 따른다. 작품을 되팔 때 반드시 작품을 구입한 화랑을 통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내 돈 주고 산건데 왜 팔 때는 내 맘대로 못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 이유는 이렇다. 한 고객이 자신이 산 작품을 다른 곳에, 이를테면 경매에 붙일 경우 때때로 작가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값을 받으면 모르겠지만 경매에서 형편 없는 가격으로 낙찰되면 갤러리에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산 고객은 이로 인해 커다란 손해를 입는다. 또 새로 그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갤러리에 가격을 내리라고 압력을 넣을 수도 있다. 재판매의 제한은 갤러리가 시장의 가격 통제력을 유지하고 작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갤러리의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 대외적으로 신뢰가 쌓인 공신력 있는 화랑을 통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이런 지명도 있는 화랑은 군소 화랑에 비해 매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쌀 수도 있다. 그러나 유명 화랑은 자신들이 취급하는 작가의 시장 가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 안정성이 있다.
작품의 구매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그저 투자 목적으로 바로 창고에 넣을 작품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과 오랫동안 얼굴을 마주해야 할 무언의 동반자다. 개인전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다면 즉석에서 구매하기보다 일단 찜해놓고 진득하게 살핀다. 한두 차례 더 방문해 처음의 호감이 계속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처음으로 구매한 작품을 벽에 걸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치 처음으로 신방을 차리고 배우자를 맞이할 때의 설렘이랄까. 물론 미술품은 말이 없다. 그는 말로 소통하기보다 마음으로 소통하는 존재다. 기쁠 때는 기쁨을 무한히 확장시키고 슬플 때는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 준다. 그런 미술품의 진가를 알기 때문에 미술품을 한 번 사 본 사람은 그 견고한 수집의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아트 컬렉팅,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착 중 하나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