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애로 해결사' 대학 컨설팅 프로그램
얼마 전 경기 화성시에 있는 전력기기 제조업체 인텍전기전자 공장에 중소기업 대표 10여명이 모였다.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이 개설한 중소기업 컨설팅 프로그램 ‘월드클래스융합최고전략과정(WCCP)’ 수강생인 이들은 공장을 둘러보며 이 회사가 가진 문제점을 하나씩 지적하기 시작했다. 중기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점은 전체 직원의 20%를 차지하는 연구소 인력의 연구 내용이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중기 대표들과 서울대가 파견한 컨설턴트는 해법으로 ‘오픈마켓’ 도입을 제안했다. 오픈마켓은 연구 성과와 실패 과정 등을 사내 서버에 저장, 다 함께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WCCP 수강생이었던 이 회사의 김영일 전무는 8일 “오픈마켓 도입 후 연구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크게 줄었다”며 “실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중소기업 컨설팅 프로그램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수요가 늘면서 대학들은 중기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과정도 세분화하고 있다. 서울대 융기원의 WCCP 1기 과정이 개설된 것은 2012년. 1기 과정을 이수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실적이 향상됐다. 외부 감사를 받는 법인 16개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11개 기업의 2012년 매출이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4기가 진행 중이다.

한양대의 컨설팅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고 있다. 경기 안산시에 있는 에리카(ERICA)캠퍼스는 지난해 219개 가족회사를 지정해 산학협력 및 인력 교류를 확대하는 종합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설문조사 결과 59.4%에 달하는 130개 기업이 품질 개선 및 매출 증가의 가시적 효과를 봤다. 한양대 컨설팅을 받은 한 기업 관계자는 “학부 재학생들의 전공 지식과 아이디어를 접목해 사업을 진행한 결과 제품 매출이 30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서강대 산학협력단과 서울 마포구가 손잡고 지원하고 있는 마포비즈니스센터 입주기업들 역시 지난해 매출은 36%, 고용은 7.5% 늘었다.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대학들은 저마다 ‘컨설팅’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대는 서울-판교-광교로 이어지는 지역 컨설팅으로 중소기업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대 융기원의 WCCP는 주로 광교테크노밸리 지역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경영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서울대 공과대학 역시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와 손잡고 중소기업 지원 컨설팅센터를 열었다.

중소기업 및 창업센터를 신설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경기대는 지난해 12월 창업자와 전문교수를 연결해주는 ‘중소기업지원 114 재능기부단’을 출범시켰다. 이화여대도 최근 산학협력관을 개설, 여기에 창업보육지원센터를 입주시키기로 했다.

박태현 서울대 융기원장은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대학의 컨설팅 프로그램에 학위를 부여해 하나의 교육 브랜드로 만든다면 재교육으로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박재민/오형주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