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차량화재로 훼손 심해 가족도 신원 확인 못해"

우리은행 전 도쿄지점장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양주경찰서는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부당대출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던 우리은행 전 도쿄지점장 김모(56)씨는 지난 8일 오후 완전히 불에 탄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과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고 유류물도 없어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경찰은 승용차 차적 조회와 발견 장소가 김씨 어머니의 묘소인 점 등 토대로 김씨로 잠정 확인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이날 오후 5시께 부인과 두 딸에게 동시에 '사랑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빠가 평소와 다른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이상하게 여긴 두 딸은 오후 6시 25분과 28분 두 차례 119상황실에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요청했고 장흥면으로 확인됐다.

김씨 부인은 경찰에서 "그동안 남편에게 평소와 다른 모습은 없었는데 문자메시지가 평소와 달리 이상했다"며 "불길한 예감이 들어 위치가 확인되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곧장 공원묘지로 달려왔다"고 진술했다.

일산에 있는 김씨의 집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김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선 정확한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신 훼손이 심해 DNA 감식 결과가 나오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경찰은 예상했다.

한편 지난 8일 오후 6시 5분께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의 한 공원묘지 안에서 그랜저 HG 승용차가 전소했고 운전석에서 김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조수석에서 연탄재가 있는 점 등을 토대로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유족 등을 상대로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양주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k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