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대동강 맥주보다도 맛이 없다”고 혹평한 한국 맥주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고 한다. 수입맥주가 더욱 다양해지고, 하우스맥주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롯데가 뛰어들어 이달 말께 신제품을 내놓는 것도 맥주맛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오비와 하이트도 에일맥주를 내놓는 등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맥주가 생산된 지 80년 만에 벌어지는 제대로 된 맥주 전쟁이다.

그동안 국산 맥주는 물 냄새가 나고 싱겁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맥주업체들은 애써 외면해온 게 사실이다. 밍밍한 라거맥주 일변도여서 폭탄주에나 적합하다는 소리를 듣고도 과점 체제에 안주했던 것이다. 소비자들이 맛이 없다고 하면 정말 맛이 없는 것이다. 과세당국도 과세 편의에 급급해 맥주시장에 진입장벽을 쌓아왔다. 2002년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양조장 설립을 허용하고도 제조한 맥주를 매장 안에서만 팔라는 등의 규제를 적용해 하우스맥주 싹을 잘라버렸다. 이달부터는 하우스맥주의 외부 판매를 허용하고 소규모 주류업체들의 세 부담을 낮춰준다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맥주업계는 소비자들에 떠밀려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부산하다. 하지만 땅따먹기식 점유율 싸움을 되풀이해선 더욱 외면당할 뿐이다. FTA 확산으로 다양해진 수입맥주는 대형마트에서 매년 30%씩 급신장하고 점유율도 3분의 1까지 치고 올라갔다. 시판되는 맥주 500종 중 455종이 수입맥주일 정도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맛없는 맥주를 억지로 마시지 않는다. 정부도 위생기준을 제외한 모든 규제를 풀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경제규모 세계 15위인 나라에서 맛 하나 제대로 살린 맥주가 없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