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 기자 ] 소셜네트워크(SNS) 여행사 '마이리얼트립(My Real Trip)', 무료 프린팅 업체 '애드투페이퍼',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이드북을 제공하는 '짜이서울' 등은 떠오르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다.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고려대 학생들이 주축이다.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 내 벤처센터에도 막강한 새내기 벤처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사물이동통신(M2M) 기기, 온라인 아웃소싱 플랫폼, 이용자들의 경험과 니즈(Needs)가 반영된 지도, 미임대 공간을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서비스…. 벤처마다 사업 영역은 다르지만 서로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14일 꽃피는 캠퍼스에서 만난 박효태 싱글펫 대표(노어노문학과 02), 박우범 위시켓 대표(기계공학과 08), 이문주 모두의지도 대표(심리학과 07), 이병현 비저너리스 대표(영문학과 06)는 "나만 절벽 끝에 서 있는 게 아니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창업, 외로운 싸움 … 자극 받으며 함께 성장하죠"
(왼쪽부터) 박효태 싱글펫 대표, 박우범 위시켓 대표, 이문주 모두의지도 대표, 이병현 비저너리스 대표
(왼쪽부터) 박효태 싱글펫 대표, 박우범 위시켓 대표, 이문주 모두의지도 대표, 이병현 비저너리스 대표
"창업을 하면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해요. 비교 대상이 없어 스스로 지표를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벤처 팀들이 모여 있습니다. 서로 자극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죠."

고대 벤처센터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박효태 싱글펫 대표는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대 벤처 4인방은 모두 교내 창업경진대회 수상자들이다. 각자 팀을 이루고 있지만 대표이사로의 고민은 남다르다. 다른 팀과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경쟁이 되고, 위안이 된다.

싱글펫은 2012년 고려대 창업경진대회 대상을 받았다. 반려동물을 위한 원격 모니터링 급식기를 직접 개발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사료와 간식을 원하는 시간에 줄 수 있게 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영역을 아우른다.

"스타트업이 제조업까지 다룬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싱글펫은 온라인 마케팅 분야에서 바로 옆 사무실을 쓰고 있는 위시켓의 도움을 받았다. 위시켓은 마케팅, 영업, 개발, 디자인 등 각 분야에서 프로젝트에 적합한 개발자·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우범 위시켓 대표는 고대 벤처센터 내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 중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다고도 털어놨다. "고대 벤처센터 내 입주해 있는 팀들은 동료이자 저희 고객이기도 하거든요. 기존 프로젝트 아웃소싱은 찾기도 어렵고, 심한 경우 계약금을 받고 잠수를 타기도 합니다. 10억 원 미만의 프로젝트가 거래되는 중소 기업에게는 위시켓 서비스가 제격이죠."

◆ 신흥 세력 '모두의 지도'·'비저너리스'
[스타트업! 스타(24)] 성공벤처 새싹을 만나다 … 고대 벤처 4인방 만나봤더니
최근 고대 벤처센터에서 실력자로 급부상한 팀은 모두의 지도다. 모두의 지도 앱은 식당, 카페, 술집 등 원하는 조건으로 장소를 찾아준다. '저렴한', '친절한', '혼자가기 좋은' 여러 조건을 달 수도 있다.

이문주 모두의지도 대표는 학내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먼저 소개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1만 건 이상 추천을 받았다. 4월 현재 가입자는 6000명으로 늘어났다. "창업을 한다니까 주변에서 특이한 일을 한다식의 반응이 많았어요. 하지만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척까지 소문이 나면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지도는 주목을 받으며 고대 벤처센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박효태 대표는 모두의 지도 팀을 가리켜 "새로운 팀이 센터에 입주하고, 새로운 이슈를 만들면 자극이 된다" 며 "함께 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현 비저너리스 대표는 고대 벤처센터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 비어 있는 임대용 주택을 여행객에게 임대해주는 '원룸트래블' 서비스를 기획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원룸트래블 서비스와 관련, '차별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과 다른 전략으로 중국·타이완 진출을 꿈꾸고 있다.

고대 벤처 4인방은 모두 대기업이란 타이틀을 버렸다. '안정' 대신 '도전'을 택했다. 앞으로 그리는 그림은 더 화려하다. 모두의 지도와 원룸트래블은 해외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싱글펫은 빅데이터와 결합된 서비스를, 위시켓은 기존 프로젝트 아웃소싱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꿈을 꾸면서도 한 가지 의견에 동의했다. "이 곳은 적자생존의 '밀림 법칙'이 적용됩니다. 스스로 사냥감을 찾아야 하고, 순식간에 사냥감이 될 수도 있어요. 외롭고 불안한 길을 함께 걸어간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