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허월드 스티븐스항공 회장(왼쪽)과 허브 켈러허 사우스웨스트항공 CEO(가운데)가 팔씨름 시합을 벌이고 있다.
커트 허월드 스티븐스항공 회장(왼쪽)과 허브 켈러허 사우스웨스트항공 CEO(가운데)가 팔씨름 시합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작은 항공사 스티븐스항공은 1990년대 자사 광고에 ‘플레인 스마트(Plane Smart)’란 문구를 사용했다. 몇 년 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이와 유사한 ‘저스트 플레인 스마트’란 광고 문구를 쓰기 시작했다. 커트 허월드 스티븐스항공 회장은 법정 싸움 대신 독특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최고경영자(CEO) 허브 켈러허와 팔씨름을 해서 이긴 사람의 회사가 광고 문구 사용권을 갖되 진 사람은 상대가 선택한 자선단체에 기부하자고 제안했다. 허월드 회장이 이겼고 켈러허 CEO는 근육위축병협회에 1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허월드 회장은 사우스웨스트가 광고 문구를 계속 쓸 수 있도록 양보해줬다. 이 이벤트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스티븐스항공의 성장률은 이듬해 세 배 증가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협상’을 한다. 허월드 회장처럼 회사의 명운을 건 협상도 있지만 집을 팔거나 자동차를 사는 일부터 내년도 연봉을 정하는 일까지 수많은 협상이 벌어진다.

[책마을] 두 CEO가 팔씨름 장에서 만난 까닭은?
《무엇을 주고 어떻게 받을 것인가》는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기술을 담은 책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협상은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예측 불허의 주고받는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수많은 정보와 다양한 법칙 때문에 협상 과정에선 어떤 결과도 예측할 수 없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상황 대응력’을 꼽는다. 협의 중인 쟁점 사안의 범위, 최선의 해결책, 협상 상대와의 관계 특성에 맞춰 요구 사항을 변경해야 한다. 또 고정적인 정보가 아닌 상대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능동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늘 같은 협상 스타일을 고집해서도 안 된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요구 사항뿐 아니라 협상 방식에 관해서도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저자는 “협상은 과학이라기보다 ‘재즈’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재즈 뮤지션들은 즉흥 연주를 할 때 상대방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반응해 어울리는 연주를 한다. 협상도 이와 마찬가지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충돌하는 가치와 의무를 얼마나 잘 조정하는가의 문제다. 불확실한 상황을 읽으면서 최선의 방향을 정하고, 상호 간의 관계를 자세히 분석하면서 적응하고, 민첩하게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저자는 ‘학습-적용-설득’의 과정을 체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협상 과정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알려주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감정 변화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협상 전에 아무리 철저히 준비하더라도 상대와 마주 앉은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면 협상을 주도할 수 없다. 저자는 △협상에 들어가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가 △이유는 무엇인가 △그 감정에 이르려면 협상 전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이 감정 균형을 무너뜨릴 것 같은가 △감정 균형의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협상이 끝난 뒤 어떤 기분이었으면 좋겠는가 등 6가지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는 것만으로 협상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가다듬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