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생환자가 나오지 않을 것인가. 179명의 구조자 숫자는 이틀째 제자리였다. 정부는 해군 특수부대와 해양경찰청 전문인력, 무인로봇 등을 총동원해 지난 16일에 이어 17일에도 실종자 구조에 나섰지만 바다 밑에 가라앉은 세월호 선체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바다 밑 조류까지 거센 상황에서 강풍이 몰아치는 기상 악화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진도 여객선 침몰 대참사] 비바람에 거센 조류 '야속한 날씨'…선체진입 10회 모두 실패
정부는 세월호 내부에 진입하기 위해 잠수부 555명(해경 283명·해군 229명·소방 43명)과 항공기 3대, 1만4000급 독도함, 인양 크레인 등을 동원해 이날 오전부터 오후 8시40분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수중 탐색을 벌였다. 민간 잠수부들도 속속 사고 현장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세월호는 끝내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강한 조류와 낮은 시정 탓이었다.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의 조류는 시속 8㎞로 상당히 강한 편이다. 수중 시야는 20㎝에 불과한 상황이다. 해양구조대에서 5년을 보낸 전직 구조대원은 “조류 시속 8㎞를 자동차 속도로 따지면 시속 100㎞ 정도”며 “이런 상황에서 구조 작업을 한다는 건 시속 100㎞로 달리는 차 바깥에 손을 내밀어 젓가락으로 뭔가를 잡는 것과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조류가 한 방향이 아니고 여러 갈래이기 때문에 잠수부들도 자신의 신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조대는 가라앉은 여객선의 머리와 꼬리를 잇는 ‘탐색줄’ 연결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탐색줄 연결은 구조활동을 위한 첫걸음으로 간주되는 절차다. 선체 진입로가 확보되고 내부에도 탐색줄이 연결되면 그때부터 잠수부가 내부로 본격 진입해 선박 설계도를 바탕으로 선실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계가 20㎝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탐색줄을 잇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해경 측 설명이다.

조류가 세면 잠수능력도 현저히 저하된다는 지적이다. 잠수부들이 맨 산소통은 보통 200기압(bar)으로 물 밑으로 30m 정도를 헤엄쳐 갈 수 있는 용량이다. 시간으로 하면 25~30분 정도. 하지만 조류가 세면 산소 소모가 늘어나 물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20분도 채 안 된다고 한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 탐색에 나서면서 오히려 구조인력들이 실종되는 아찔한 순간도 발생했다. 오후 2시40분께 탐색줄 연결을 시도하던 잠수부 세 명이 조류에 떠내려가 버린 것. 다행히 인근 어선에 구조돼 목숨을 건졌지만 구조과정에서 언제든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야속하게도 오후 들어 비바람이 더욱 강해지고 파도는 더욱 높아졌다. 파도는 수중 탐색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파도가 높아지면 구조대를 실어나를 작은 선박이 뜰 수가 없다. 구조대는 결국 오후 늦게 탐색을 중단한 채 기상여건이 호전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진도=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