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한국다문화학회장 "출산장려보다 전문직 외국인 유치가 효과적"
“이민정책과 관련법에 관여하는 정부부처가 너무 많아요. 국방부 빼고는 거의 다….”

김영란 한국다문화학회장 및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56·사진)는 23일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25일 IOM이민정책연구원 등과 함께 각계 인사가 분기별로 모여 다문화사회에 관해 논의하는 ‘다문화이민포럼(가칭)’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그는 “예를 들면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다른 여러 부처 법률과 충돌한다”며 “이민청 같은 전담기관이라도 세워 행정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한국 체류 외국인은 156만7730명이다. 이 중 32%는 단순기능노동자, 10%는 결혼이민자, 5%는 유학생, 3%는 전문인력, 나머지 50%는 기타로 분류된다. 단순기능노동자는 동남아·중국인 등이 다수였지만 요새는 이슬람권도 적지 않다. 김 회장은 “사실 전문인력은 원어민 어학강사 등이 전부고, 일반적인 전문직은 별로 없다”며 “인력 특성상 다문화사회는 또 다른 ‘계급’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다문화정책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를 ‘블록 이동’으로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출산장려정책을 거의 포기하고 매년 20만명씩 전문직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에 따라 세계 각지의 외국인 근로자 등 이민자들이 인접 국가를 오가며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킨다는 개념이 블록 이동이다. 예를 들면 ‘결혼이민’ 법과 제도가 존재하는 나라는 아시아에서 한국 중국 일본 대만뿐이다. 결혼을 국적 취득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이들 국가를 오가거나 정착해 특정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다.

김 회장은 “이민정책은 코스모폴리탄 등 듣기 좋은 개념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국 사람을 국내에서 잘 활용한다’는 쪽으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공사례로 20대 미혼 여성만 이민을 허용해 효과를 본 아일랜드를 꼽았다. 또 캐나다에서는 간호사와 복지사에게 이민 최우선 순위를 주고 나머지는 ‘찬밥 신세’다.

김 회장은 ‘다문화가정’ 같은 용어는 쓰지 말고 ‘그냥 가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사회를 순혈주의나 우열 개념을 갖고 바라보면 안 돼요. 동남아 사람들은 한 수 아래로 보고 백인들은 그렇지 않고…. 이런 이중적인 시선을 극복해야 합니다.”

김 회장은 숙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사회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1년부터 10년간 숙대 정책대학원 교수로 있다 2011년 3월부터 사회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2년 1월부터는 한국다문화학회장을 맡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