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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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포스코를 만들겠다.”

국내 1위 철강회사인 포스코의 새 수장에 오른 권오준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지난달 14일 열린 정기주총과 이사회에서 포스코 8대 회장으로 선임된 그는 포항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던’ 세계적인 철강사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제철소 근무복 차림으로 취임식에 참석한 권 회장은 “글로벌 철강시장은 매우 심각한 공급 과잉으로 포스코가 자랑하던 경쟁 우위도 곧 사라질 위기”라며 경각심을 주문한 뒤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철강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와 조직구조를 쇄신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혁신 포스코 1.0 TF

권 회장은 취임 전부터 ‘혁신 포스코 1.0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포스코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구상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만과 허울을 벗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1.0’은 새롭게, 하나가 되어, 1등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TF 활동을 바탕으로 권 회장은 취임식에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미래 신성장동력의 선택·집중 육성 △사업구조 효율화 및 재무구조 개선 △경영인프라 쇄신 등 4개 혁신 아젠다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권 회장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철강사업의 본원 경쟁력 강화’다.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포스코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권 회장은 기존엔 철강과 스테인리스스틸(STS) 등으로 나눠 운영하던 본부 체계를 ‘철강생산’과 ‘철강사업(마케팅)’ 등으로 재편했다. 특히 철강사업본부에 설치된 철강솔루션센터는 무작정 기술개발만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곳에 해양 에너지강재와 고기능 후판 등 전략제품 판매를 늘리도록 하는 중책을 맡겼다.

최근 포스코가 KAIST와 공동 개발에 성공한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는 기술과 마케팅이 융합된 첫 사례다. 종전엔 1000㎥를 저장하는 수준이던 탱크를 2만㎥까지 크게 만든 것이다. 포스코가 만든 고망간강에 KAIST가 보유한 격자구조 기술을 결합했다. 고망간강은 극저온에서 견디는 에너지강재로 영하 162도로 보관되는 LNG 저장에 적합하다.

○신사업도 옥석을 가려 추진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미래 신성장동력 육성은 신사업 가운데 옥석을 최대한 고르겠다는 뜻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동안 소재, 에너지 등 다

한 분야의 신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앞으로는 사업 적합도와 핵심역량 보유, 시장 매력도를 기준으로 분석할 것”이라며“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중단, 매각, 통합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미래 첨단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리튬과 니켈 등 원천소재와 연료전지, 청정석탄화학 등 친환경 성장사업의 핵심인 청정에너지 분야에 그룹의 신성장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2일 만든 합성천연가스(SNG) 자회사인 ‘포스코그린가스텍’은 청정에너지 분야 대표주자로 키울 계획이다. SNG는 저가의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한 후 정제 및 합성 공정을 거쳐 생산한다. LNG와 성분이 동일해 직접 대체가 가능하다. 포스코는 2011년 6월 연산 50만t 규모의 SNG 공장을 착공했다. 오는 8월 공사를 마무리한 후 시운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권 회장의 포스코가 추진하는 또 다른 핵심 전략은 사업구조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이다. 당분간 양적 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는 진행하지 않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정 투자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포스코에너지·특수강·건설 등 상장 요건을 갖춘 그룹사들은 적절한 시기에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발행한 고금리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면 저금리 채권으로 차환발행해 이자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속도와 효율…조직의 군살 뺀다

마지막 경영 아젠다인 ‘경영인프라 쇄신’은 그동안 몸집을 불려온 포스코 조직의 군살을 빼고 시장에 빠르게 반응하는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현재 6개 조직 부문을 4개 본부로 축소해 효율화하고 조직계층도 간소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지원 부문 임원 수를 40%로 줄이고 이 부문 직원들을 마케팅, 제철소, 해외사업 등으로 전환 배치해 성과를 높일 계획이다. 권 회장은 특히 첫 인사에서 회사 전반에 걸쳐 전문 역량과 경험을 보유한 이들을 전문임원으로 임명해 주목받았다. 이들은 앞으로 개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매년 성과를 평가받는다. ‘성과 위주 조직’으로 탈바꿈해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 권 회장 의도다.

이 같은 권 회장의 혁신 드라이브에 대해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포스코는 앞으로 이익 개선이 예상되며 포스코에너지 등 우량 자회사를 상장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강업의 경우 만성 공급과잉 상태라 제품 가격을 높이기가 쉽지 않겠지만, 원재료 가격도 떨어지고 있어 본업에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