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취재차 방문한 서울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는 한산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3시간 남짓한 취재 시간에 매매 수요자 방문은커녕 문의 전화도 한 통 없었다. 김용태 잠실88공인 대표는 “재건축 추진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뿐 아니라 ‘리센츠’와 ‘엘스’ 등 일반 아파트 매수 문의도 급감했다”며 “이번주엔 매수 희망 방문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투자 수요가 많은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의 경우 잠실 일대 200여개 중개업소에서 성사시킨 아파트 거래건수는 지난 2월 18건에서 이달 9건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임대소득 과세 강화를 골자로 한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두 달째를 맞은 주택시장은 거래가 줄면서 매매 가격도 함께 떨어지는 모습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정부가 그동안 내놨던 거래 활성화 카드가 임대소득 과세 정책에 묻혔다는 지적이다.

○거래 급감한 강남 재건축

뚝 끊긴 문의, 떨어진 집값…강남 재건축 '유독 추운 봄'
임대소득 과세 강화 방침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다주택자 투자자들이 많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다. 다주택자들은 당장 내야 하는 세금도 부담이지만 집을 추가로 사들여 임대소득 과세 대상이 될 경우 재산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크다고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입을 모았다. 주택 매매계약 뒤 60일 안에 하도록 돼 있는 거래신고 기준으로, 지난 1월 하루 평균 43건이 신고됐던 강남3구 아파트 거래량은 2월(58건)과 3월(60건)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이달 들어 46건으로 떨어졌다.

거래가 줄면서 아파트값도 떨어지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26 대책’ 이후 2개월간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는 최대 10% 이상 떨어졌다. 추가분담금이 늘어난 가락시영2차 56㎡는 2월 하순 9억4500만원에서 최근 8억3500만원으로 11.64% 내려갔다.

뚝 끊긴 문의, 떨어진 집값…강남 재건축 '유독 추운 봄'
2월 하순 6억8000만원이었던 개포주공 4단지 42㎡는 이달에는 6억3250만원으로 6.99% 하락했다. 잠실주공 5단지 81㎡도 같은 기간 12억원에서 11억7500만원으로 2%가량 내렸다. 잠실동 리센츠 98㎡와 트리지움 114㎡도 한 달 새 1500만원 하락하는 등 일반 아파트값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6월 국회 통과가 변수

기존 집값 하락세는 서울 강북과 수도권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강북 아파트값은 상승을 끝내고 하락세(-0.01%)로 돌아섰다. 지난주 0.03%의 하락률을 보였던 수도권도 0.04%로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망세가 국회에서 ‘임대소득 과세 법안’을 다룰 오는 6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월세 소득 과세방침에 대해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수정 의사를 밝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2주택자 전세보증금과 은퇴 노령자의 월세소득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등의 수정이 있어야 시장의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