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수자 우대, 시장엔 독이다
지난 22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폐지한 미시간주 헌법에 대해 합헌결정을 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고용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소수 인종이나 경제적 약자에게 특혜를 주는 우대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런 적극적 우대조치들을 어퍼머티브 액션이라 한다. 이 같은 조치 덕에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대학입시에서 특혜를 받아 비교적 쉽게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를 발판으로 백인 중심의 주류사회에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동참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이 제도가 소수인종의 인권신장과 다양성 존중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컸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백인이나 이런 특혜에서 제외된 아시아계 등 또 다른 소수인종들의 역차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로 미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흑인의 명문대 합격률이 30% 정도임에 반해 백인은 20%, 아시아계는 10%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매년 입시철만 되면 이런 특혜조치의 존폐를 두고 찬반여론이 뜨겁고 정치적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런 조치를 폐지한 미시간주의 결정을 합헌이라고 판결했으니 어퍼머티브 액션의 폐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다른 주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학입시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과 역차별을 받았던 한국동포와 유학생들에게는 이번 우대조치 폐지 합헌결정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도 어퍼머티브 액션이라는 명문화된 조치는 없지만 이미 여러 법령에서 여성, 장애인, 경제적 약자, 이주 노동자, 다문화 가정 등 소수자에 대한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특혜를 줄 경우 또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수자의 사회적 지위가 너무나 취약해서 동일한 룰(rule)을 적용할 경우 도저히 평등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면 이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특혜를 주는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합치한다. 다시 말해서 어퍼머티브 액션의 합헌여부는 헌법해석이라는 법리적 문제가 아니라 지금 현재 그 나라의 사회적 상황이 어디에 놓여 있느냐를 말해주는 현실적 문제이다. 아마도 미국의 연방대법관들은 이제 미국 사회가 소수자에 대한 특혜조치를 폐지해도 될 시점이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

현재 한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소수자 우대조치가 필요한 분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차이’ 또는 ‘다름’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다. ‘다름’을 곧 ‘틀림’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이주노동자나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배려와 우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특혜조치가 독이 되는 분야도 있다. 바로 시장이 그렇다. 정부의 어설픈 개입이나 조치가 오히려 공정경쟁을 방해하고 시장을 병들게 할 수 있다. 특히 경제적 약자 우대조치라는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도입되는 시장규제들은 경제적 약자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나라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학입시도 마찬가지다. 농어촌전형이나 지역우선선발 등 우대조치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제도인지 심각한 재고가 필요하다.

미국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 우대조치가 필요한 분야와 오히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환경이 필요한 분야를 정확히 파악해 소수자 우대가 필요한 분야는 적극적 조치를 더욱 강화해야겠지만 반대로 공정경쟁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특혜나 우대조치를 과감히 폐지해 균형 잡힌 한국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민호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mkim@skku.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