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있다고 감싸는 대신 잘못할 땐 회초리 들었죠"
자식이 무릎만 다쳐도 가슴이 욱신거리는 게 부모 마음이다. 국악인 이현아 씨(25·왼쪽)의 어머니 김희숙 씨(54)는 평생 욱신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살았다. 맏딸인 현아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엄마 뱃속에서 채 여물지 못하고 나온 탓이다. 7개월 만에 800g 미숙아로 태어난 그는 산소 과다 투입으로 망막을 다쳤다. 1.7㎏의 고사리 같은 몸으로 두 번이나 수술대에 올랐고, 그 사이 안구가 없어졌다.

김씨는 목 놓아 우는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 억척스럽게 딸 아이를 뒷바라지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소리꾼의 길을 걷기 시작한 현아씨는 시각장애인 최초로 중앙대 국악과에 들어갔다. 지난해엔 차세대 소리꾼이 모이는 온나라 국악경연대회 정가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어머니 김씨의 희생 덕에 가능했던 일이다.

현재 국립관현맹인전통예술단원으로 활동 중인 현아씨를 키워 낸 김씨는 8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14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받는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식을 훌륭한 예술가로 키운 어머니에게 주는 상이다. 이씨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식 키우는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은데 상을 받게 돼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씨의 교육철학은 단순하다.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밀어줄 것. 어릴 때부터 유달리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딸아이를 위해 시조창의 대가 박종순 선생을 어렵게 찾아갔다. 박 선생에게 현아씨는 전통 가곡과 시조를 노래로 부르는 정가를 배웠다. 놀거리가 없어 늘 국악방송을 끼고 살았던 현아씨는 “국악을 직접 배우니 신기하고 재밌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안마밖에 더 있나요. 그건 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음악을 좋아하니 되든 안 되든 한우물을 파보자고 생각했죠.”

현아씨는 서울맹학교에 다니며 국립국악원의 김병오 선생에게 레슨을 받았다. 각종 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김씨는 장애를 가진 딸아이를 무조건 감싸는 대신 잘못했을 땐 호되게 혼냈다.

“회초리를 들 땐 들어야죠. 저는 아이에게 그랬어요. ‘네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한다 잘한다 할 수 있다’고요. 일반 아이들과 경쟁하려면 두 배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요.”

김씨 외에 연극인 김광보 씨의 어머니 김갑연 씨, 소설가 은희경 씨의 어머니 이정애 씨, 피아니스트 문지영 씨의 어머니 이복례 씨, 미디어예술가 김형수 씨의 어머니 강경림 씨, 무용가 안은미 씨의 어머니 정창랑 씨, 가수 문희옥 씨의 어머니 김한순 씨도 올해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로 선정됐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