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즈매니아는 호주 대륙 남쪽 끝에 자리한 섬이다. 섬이라고 하지만 남한의 3분의 2 크기다. 이 넓은 땅에 고작 50만명 남짓한 인간들이 살아간다. 태즈매니아는 호주에서도 손꼽히는 캠핑 여행지다.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에 있는 캠핑장만 180개를 넘는다. 사설 캠핑장도 70여개나 된다. 모든 마을과 국립공원, 보호구역에 캠핑장이 있다고 보면 된다.
크레이들 마운틴 국립공원
크레이들 마운틴 국립공원
캠퍼밴, 태즈매니아 여행의 가장 멋진 방법

태즈매니아 캠핑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최소한 2주일 정도는필요하다. 그래야 주요 여행지를 대부분 돌아볼 수 있고 2~3일 정도는 트레킹이나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일정은 아름다운 항구도시 호바트를 중심으로 1주일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동부 해안을 따라 올라가 론세스톤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짜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이 코스를 따라 캠퍼밴을 달리면 태즈매니아의 위대한 자연과 세련된 도시, 한적한 전원마을, 와이너리 등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호바트에서 곧장 북서쪽으로 달리면 마운틴 필드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1916년 태즈매니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으로 산 정상부에는 고산습지가 형성돼 있고 깊은 계곡에는 크고 작은 폭포가 숨어 있다. 마운틴 필드가 보여주는 가장 멋진 비경은 러셀 폭포다. 여행자 안내소에서 20분만 걸어가면 높이 40m의 장대한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녹색의 삼림 가운데로 하얀 커튼을 드리운 것처럼 2단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마냥 신비롭다.
캠핑카인 캠퍼밴의 모습.
캠핑카인 캠퍼밴의 모습.
유칼립투스 거목들이 가득한 숲도 있다. 거목은 열 사람이 팔 벌려 이어도다 안을 수 없을 정도로 굵다. 거대한 나무 아래 서면 경외감마저 든다. 나무 꼭대기에서는 알 수 없는 새소리가 들리고 짙은 이끼로 뒤덮인 뿌리는 원시의 생명력으로 꿈틀댄다. 나무 뒤에서 당장이라도 정령이 걸어나올 것만 같다.
태즈매니아를 적시며 흐르는 타 마르 강의 여유로운 풍경.
태즈매니아를 적시며 흐르는 타 마르 강의 여유로운 풍경.
끝없이 이어지는 태즈매니아의 비경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는 태즈매니아를 여행하는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다. 캠퍼밴은 마운틴 필드 국립공원을 나와 동부 해안을 따라 북상, 프라이시넷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프라이시넷은 태즈매니아 바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 태즈매니아의 모든 해변을 통틀어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와인글라스 베이(Wineglass Bay)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와인글라스 베이를 즐기는 방법은 세 가지. 하나는 와인글라스 베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인데 대부분의 여행자가 이 코스를 선택한다. 주차장에서 4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전망대를 지나 와인글라스 베이까지 가서 해변을 따라 거니는 것. 젊은 여행자나 백패커들이 즐기는방법이다. 마지막은 에이모스 산 정상에서 와인글라스 베이를 바라보는 것. 에이모스는해발 455m에 불과하지만 정상 부근이 아주 가파르다. 게다가 대부분의 코스가 바위 슬랩으로 형성돼 있어 트레킹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산행 경험이 풍부하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하다.

정상에서내려다보는 와인글라스 베이의 조망은 탄성이 나올 만큼 압권이다. 와인글라스 베이라는 이름은 한때사냥이 한창일 무렵 이곳에서 사냥당한 고래의 피가 해변의 바닷물을 붉게 물들여 마치 잔에 담긴 붉은 와인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태즈매니아는 1840년 고래잡이를 금지하고 항구를 폐쇄했다.

프라이시넷에서 이틀을 머문 후 머라이어 섬으로 향했다. 트리아부나라는 작은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40분쯤 가면 도착하는 섬이다. 여행자들이 이 섬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퍼실 클리프라는 깎아지른 한 절벽과 해벽의빛깔이 신비로운 페인티드 클리프를 보기 위해서다. 퍼실 클리프의 장관은 거센 파도에 부서진 장대한 해벽이다. 해질 무렵에는 황금빛으로 물드는 페인티드 클리프도 신비롭다.
캠퍼밴이 모인 카라반파크.
캠퍼밴이 모인 카라반파크.
베이 오브 파이어스를 지나면 태즈매니아 캠핑 여행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태즈매니아 북부의 론세스톤을 지나 두 시간을 달리면 태즈매니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크래이들 마운틴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크레이들 국립공원에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오버랜드 트랙’(Overland Track)이 있기 때문. 세계 3대 트레일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길이 65㎞의 이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 매년 1만명가량의 트레커들이줄을 선다. 트랙을 완주하는 데는 보통 6일이 걸린다. 트레일에 있는산장(Hut)에 숙박하며 트레킹을 하는데 8개의 산장을 이용한 스케줄 짜기, 텐트·침낭 등의 숙영도구와 6일간의 식량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행팁

한국에서 태즈매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다. 시드니와 멜버른을 경유해야 한다. 시드니나 멜버른에서 호바트나 론세스톤까지는 1~2시간 걸린다.국내선은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한다. 호바트와 론세스톤 등 태즈매니아의 공항에는 렌터카 업체들이 모여 데스크를 열고 있다. 미리 예약하지 못했더라도 공항에 도착해문의하면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캠퍼밴을 이용한다면 카라반 파크라고 불리는 사설 캠핑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2인 기준 1박에 20~30달러. 전기시설, 세탁실, 샤워실, 공동 부엌 등의 시설을 갖추고있다. 인터넷 사이트(caravantasmania.com.au)에서 상세한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