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상품가격, 유류할증료 포함해 안내한다
여행사를 통해 80만원대 터키 8일 일주상품을 예약하려던 박형욱 씨(37)는 비용을 따져보다가 결국 여행을 미뤘다. 상품가에 포함되지 않은 비용을 고려하면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의 유류할증료는 약 40만원, 가이드와 기사 팁 등 공동경비는 80유로(한화 11만4000원)로 였는데 별도 비용만 전체 상품가의 57%에 달했다. 박씨는 “처음부터 총액을 표시해줬으면 기대도 하지 않았을 텐데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박씨와 같은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7월부터 항공권이나 여행상품을 살 때 지불해야 할 가격이 더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7월15일부터 ‘항공운임 총액표시제’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모든 항공사와 여행사는 항공권을 판매하거나 광고할 때 유류할증료 및 공항시설 이용료 등을 합산해 안내해야 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국적항공사가 2012년 8월1일부터 총액표시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해 왔지만 이때부터는 외국 항공사도 예외 없이 이를 시행해야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는 물론 항공권이 포함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도 총액을 표시해야 한다”며 “추가 비용 문제로 인한소비자들의혼란이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중요한 표시·광고 사항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지난 3월 마련했다. 유류할증료와 각종 팁 등 소비자가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모든 경비를 포함해 광고하도록 한 것이다. 국토부의 항공법 개정안에 발맞춘 것으로 이르면 이번 여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 12개 국내 아웃바운드 여행사가 참여한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도 7월15일부터 자율적으로 시행된다. 국외 여행상품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것으로, 참여 여행사는 가이드 경비, 현지 관광 입장료 등 소비자가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모든 경비를 표시할 예정이다.

권병전 한국관광공사 국외여행서비스센터장은 “패키지 분야에서 12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이르기 때문에 선도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며 “눈속임 없는 전체 가격을 알려주고 업계가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숨은 가격 표시’에 따라 일시적으로 여행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평소 30만~40만원대 후반에 판매되는 중국 베이징 4일 상품의 경우 유류할증료와 기사·가이드팁 등을 포함하면 50만~60만원대 중반의 가격으로 표시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최종적으로 내야 할금액은 똑같지만심리적인 가격 장벽이 높아져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전문 A여행사 관계자는 “평소 접했던 것보다 높게 표시되는 가격 때문에 예약문의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지불해야 할 요금이 더해졌다는 것이 충분히 알려질 때까지 다소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