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시험대에 오른 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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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부패구조 된 官피아의 폐해
그 개혁은 결국 정치권의 과제
선진국 문턱의 중대 고비 넘기를
이제민 < 연세대 경제학 교수 leejm@yonsei.ac.kr >
그 개혁은 결국 정치권의 과제
선진국 문턱의 중대 고비 넘기를
이제민 < 연세대 경제학 교수 leejm@yonsei.ac.kr >
세월호 사태는 한국인 모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수백 명 희생자가 눈앞에서 죽어 가는데 손도 못 쓰고 지켜보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사고가 일어나고 그 처리과정이 나타나는 바탕에 엄청난 부패구조가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에 청해진해운 같은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청해진해운의 모습은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낮으로 뛰는 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규정 안 지키고, 직원들에게 생계에 미달하는 박봉 주고, 안전교육보다 공무원에게 로비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썼다. 그 실제 소유주는 기업 돈 빼서 자기 돈 만들고, 그렇게 만든 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공무원의 행태도 그렇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소속 공무원의 부패와 무능은 도를 넘었다. 현직에서 마구 해먹는 공무원이 줄었다는 이유로 그래도 과거보다는 나아졌으리라는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직과 퇴직 공무원이 얽힌 ‘관피아’의 세계는 현직에서 먹을 것을 퇴임 후에 먹는 ‘평생부패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금 청해진해운, 해수부나 해경의 행태 같은 것이 새로운 것인가. 그것이 원래 한국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과거 적나라한 부패가 횡행하던 시대를 되돌아본다면 그런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그때에도 무수한 사고가 있었다. 비록 전쟁 중이었다고 해도 ‘국민방위군 사건’ 같은 대형 사건도 있었다.
지금 한국인의 스트레스는 이만큼 경제성장도 하고 민주화도 되었는데, 후진국형 대형사고가 터졌다는 데서 오는 것일 게다. ‘강남 스타일’과 ‘갤럭시 휴대폰’을 생산하는 한국의 다른 일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런 가정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청해진해운이 수출기업이었다고 해 보자. 그런 행태를 보이면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마찬가지로 청해진해운을 지원해야 할 해수부와 해경이 그런 식으로 무능하고 부패할 수 있었을까.
한국이 경제 ‘기적’을 이룬 바탕에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기살기로 뛰는 기업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정부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의 행태도 변했다. 이런 구도에서 지난 50여년간 한국에서 가장 능력 있으면서도 부패하지 않은 사람은 수출기업의 경영자를 비롯한 종업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들도 경우에 따라 부패를 저질렀지만, 세계적 표준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부패와는 비교가 안 되게 적었다.
정부 내에서도 기업이 세계적 경쟁을 하는 것을 돕는 경제부처가 그래도 가장 괜찮은 구도 아니었던가. 그런 ‘세계화’의 구도에서 멀어질수록 국내에서 독점권을 장악하려는 기업과 그에 맞추어 자기 이권을 챙기려는 공무원이 유착하는 영역이 펼쳐졌다. 지금 드러난 해수부와 해경의 모습은 바로 그런 구도의 일부다.
해수부는 생겼다 없어졌다 할 정도로 미약한 부처다. 해경도 약하기는 마찬가지다. 더 힘센 부처의 관피아는 더 큰 이권으로 뭉쳐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세월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과 나중에 이들을 재판할 법원도 마찬가지다. ‘전관예우’를 통해 현직과 퇴직 공무원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어느 기관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이들 힘센 곳을 바꾸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사고 날 때마다 무고한 사람 희생되고 ‘재수 없는 자’ 몇몇 감옥 간 뒤 ‘세월이 약’으로 잊혀지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까.
문제는 국내에서의 유착구조는 수출 같은 세계화를 통해 개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선진국과의 자유무역협정 등 개방이 일부 그런 효과를 낳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고, 개혁은 결국 국내 정치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한국 민주정치의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금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같이 이룬 선진국이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이제민 < 연세대 경제학 교수 leejm@yonsei.ac.kr >
이번 사태는 한국에 청해진해운 같은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청해진해운의 모습은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낮으로 뛰는 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규정 안 지키고, 직원들에게 생계에 미달하는 박봉 주고, 안전교육보다 공무원에게 로비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썼다. 그 실제 소유주는 기업 돈 빼서 자기 돈 만들고, 그렇게 만든 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공무원의 행태도 그렇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소속 공무원의 부패와 무능은 도를 넘었다. 현직에서 마구 해먹는 공무원이 줄었다는 이유로 그래도 과거보다는 나아졌으리라는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직과 퇴직 공무원이 얽힌 ‘관피아’의 세계는 현직에서 먹을 것을 퇴임 후에 먹는 ‘평생부패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금 청해진해운, 해수부나 해경의 행태 같은 것이 새로운 것인가. 그것이 원래 한국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과거 적나라한 부패가 횡행하던 시대를 되돌아본다면 그런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그때에도 무수한 사고가 있었다. 비록 전쟁 중이었다고 해도 ‘국민방위군 사건’ 같은 대형 사건도 있었다.
지금 한국인의 스트레스는 이만큼 경제성장도 하고 민주화도 되었는데, 후진국형 대형사고가 터졌다는 데서 오는 것일 게다. ‘강남 스타일’과 ‘갤럭시 휴대폰’을 생산하는 한국의 다른 일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런 가정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청해진해운이 수출기업이었다고 해 보자. 그런 행태를 보이면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마찬가지로 청해진해운을 지원해야 할 해수부와 해경이 그런 식으로 무능하고 부패할 수 있었을까.
한국이 경제 ‘기적’을 이룬 바탕에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기살기로 뛰는 기업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정부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의 행태도 변했다. 이런 구도에서 지난 50여년간 한국에서 가장 능력 있으면서도 부패하지 않은 사람은 수출기업의 경영자를 비롯한 종업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들도 경우에 따라 부패를 저질렀지만, 세계적 표준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부패와는 비교가 안 되게 적었다.
정부 내에서도 기업이 세계적 경쟁을 하는 것을 돕는 경제부처가 그래도 가장 괜찮은 구도 아니었던가. 그런 ‘세계화’의 구도에서 멀어질수록 국내에서 독점권을 장악하려는 기업과 그에 맞추어 자기 이권을 챙기려는 공무원이 유착하는 영역이 펼쳐졌다. 지금 드러난 해수부와 해경의 모습은 바로 그런 구도의 일부다.
해수부는 생겼다 없어졌다 할 정도로 미약한 부처다. 해경도 약하기는 마찬가지다. 더 힘센 부처의 관피아는 더 큰 이권으로 뭉쳐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세월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과 나중에 이들을 재판할 법원도 마찬가지다. ‘전관예우’를 통해 현직과 퇴직 공무원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어느 기관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이들 힘센 곳을 바꾸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사고 날 때마다 무고한 사람 희생되고 ‘재수 없는 자’ 몇몇 감옥 간 뒤 ‘세월이 약’으로 잊혀지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까.
문제는 국내에서의 유착구조는 수출 같은 세계화를 통해 개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선진국과의 자유무역협정 등 개방이 일부 그런 효과를 낳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고, 개혁은 결국 국내 정치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한국 민주정치의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금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같이 이룬 선진국이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이제민 < 연세대 경제학 교수 leejm@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