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골칫덩이' 고척돔, 넥센 홈구장 된다
프로야구 구단인 넥센 히어로즈가 내년 시즌부터 서울 고척동 돔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넥센 구단이 2008년 창단 때부터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목동 야구장은 아마추어 야구 전용 경기장으로 활용된다.

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넥센이 내년에 목동에서 고척동으로 홈구장을 옮기기로 최근 합의했다”며 “오는 9월에 넥센 구단과 홈구장 이전에 대한 정식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서울시가 2009년부터 고척동에 1만9000석 규모로 짓고 있는 돔야구장은 내년 2월 말 완공될 예정이다. 넥센은 1개월간 시범 사용한 뒤 2015년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는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홈구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당초 2007년 3월 사업비 529억원을 들여 이곳에 하프돔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2년 뒤인 2009년 4월 지붕을 모두 덮는 전면돔으로 계획을 바꿨다.

2009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준우승한 것을 계기로 전면돔구장에 대한 야구계의 요구가 거세지자 이를 수용한 것이다.

전면돔구장으로 설계가 변경된 데 이어 교통대책 수립과 보행자 전용도로 공사 등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사업비는 529억원에서 7년 동안 다섯 배가량인 2400억원까지 불어났다.

서울시는 평소 상습 정체 구역인 고척동 돔구장 인근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전체 사업비의 3분의 1이 넘는 10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광고 등 경기장 운영권 막판 협상

[단독] '골칫덩이' 고척돔, 넥센 홈구장 된다
서울시는 당초 고척 돔구장(사진) 수익 창출을 위해 서울에 연고를 둔 LG, 두산, 넥센 등 3개 프로야구 구단 중 넥센을 유치해 홈구장으로 대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연간 돔구장 유지비용이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프로구단을 유치해야만 광고 수익 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넥센 구단이 연고지를 목동에서 고척동으로 옮기는 데 난색을 보이면서 협상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넥센은 최근 기존 입장을 바꿔 ‘제2의 창단’을 목표로 고척동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 400억여원을 추가 투입, 경기장 좌석을 비롯한 시설 개선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버금가는 구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도 넥센이 이전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다. 넥센의 이전에 따라 목동 야구장은 내년부터 고교야구 예선대회를 비롯한 아마야구 전용 경기장으로 활용된다. 서울시는 고척 돔구장에서도 4대 고교 메이저대회(황금사자기·청룡기·봉황기·대통령배) 결승 경기를 열기로 대한야구협회(KBA)와 합의했다.

오 제성 서울시 체육진흥과장은 “내년부터 고척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데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계약 조건에 대해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광고를 비롯한 구장 운영권을 누가 갖느냐다. 잠실 야구장의 경우 지난해 광고 수익은 103억원으로, 모두 서울시가 가져갔다. 반면 올해 완공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광주시와 기아자동차가 사업비를 공동 부담했고, KIA 구단이 25년 동안 구장운영권을 가진다.

넥센이 구장 운영권을 갖게 되면 서울시는 광고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매년 일정 수준의 사용료를 받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