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보 "배우 제외한 모든 무대장치는 장식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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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연출 20년…'줄리어스 시저' 무대 올리는 김광보 씨
“연극이 시대적인 정황을 담지 못한다면 단순한 오락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시켜 형상화할 것인가가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의무입니다.”
올해로 연출 인생 20년을 맞은 김광보 극단 청우 대표(49)의 ‘연극관’이다.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그의 표현처럼 ‘식상할 수도 있는 얘기’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작품 중 최고의 정치심리극으로 꼽히는 ‘줄리어스 시저’ 공연(5월21일~6월15일·명동예술극장 제작)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줄리어스 시저’는 황제를 꿈꿨던 시저의 시해 사건을 다룬다. 전반부에 브루터스 등이 은밀하게 암살을 모의하는 과정과 시해 장면이 긴박하게 펼쳐지고, 후반부에는 시저 암살 이후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암살자들의 처절한 최후가 그려진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정치적 해석이 가장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정치가 밀접하게 연결된 드라마를 지금, 어떻게 무대화할까가 연출의 과제죠. 단정적인 해석을 하기에는 매우 민감한 작품입니다.”
작품 준비 과정에서 ‘지금,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과 상황이 그를 무척 괴롭혔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상식과 비상식의 관점에서 들여본다. 공화정에서 황제(시저)가 즉위하려는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상식적인 인간(브루터스)이 혁명을 일으켜 상식적인 사회와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함에도 다시 비상식적 인간(안토니우스)이 권력을 차지한다. 이런 ‘역사적 순환 구조’에서 상식적 인간이 무엇을 하고 싶었고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의 문제를 얘기한다고.
“(세월호 참사는) 상식적인 사회와 시스템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죠. 우리 사회의 비상식적인 부분들을 연극에 어느 수위까지 보여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내려 놓자’고 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대로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작품의 본질에 충실하면 내재된 의미는 보여지고, 그 의미는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명동예술극장은 방대한 스케일과 쉽지 않은 해석 등으로 국내에서 거의 공연되지 않는 이 작품을 ‘지금, 이곳에서 가장 잘 나가고, 가장 바쁜 스타 연출가’인 김 대표에게 맡겼다.
총 5막 18장에 달하는 작품은 “배우들을 제외한 모든 것은 장식과 수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의 연출 소신대로 무대화된다. 텅 빈 무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의 암전 없이 배우들의 움직임만으로 모든 상황을 만들어가고 이어간다. 연습실에서 미리 본 작품은 속도감 있고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힘이 넘쳤다. 무대 위 군중들은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소한의 것으로 본질을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 알갱이만 오롯이 무대 위에 남겨 놓겠습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올해로 연출 인생 20년을 맞은 김광보 극단 청우 대표(49)의 ‘연극관’이다.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그의 표현처럼 ‘식상할 수도 있는 얘기’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작품 중 최고의 정치심리극으로 꼽히는 ‘줄리어스 시저’ 공연(5월21일~6월15일·명동예술극장 제작)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줄리어스 시저’는 황제를 꿈꿨던 시저의 시해 사건을 다룬다. 전반부에 브루터스 등이 은밀하게 암살을 모의하는 과정과 시해 장면이 긴박하게 펼쳐지고, 후반부에는 시저 암살 이후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암살자들의 처절한 최후가 그려진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정치적 해석이 가장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정치가 밀접하게 연결된 드라마를 지금, 어떻게 무대화할까가 연출의 과제죠. 단정적인 해석을 하기에는 매우 민감한 작품입니다.”
작품 준비 과정에서 ‘지금,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과 상황이 그를 무척 괴롭혔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상식과 비상식의 관점에서 들여본다. 공화정에서 황제(시저)가 즉위하려는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상식적인 인간(브루터스)이 혁명을 일으켜 상식적인 사회와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함에도 다시 비상식적 인간(안토니우스)이 권력을 차지한다. 이런 ‘역사적 순환 구조’에서 상식적 인간이 무엇을 하고 싶었고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의 문제를 얘기한다고.
“(세월호 참사는) 상식적인 사회와 시스템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죠. 우리 사회의 비상식적인 부분들을 연극에 어느 수위까지 보여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내려 놓자’고 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대로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작품의 본질에 충실하면 내재된 의미는 보여지고, 그 의미는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명동예술극장은 방대한 스케일과 쉽지 않은 해석 등으로 국내에서 거의 공연되지 않는 이 작품을 ‘지금, 이곳에서 가장 잘 나가고, 가장 바쁜 스타 연출가’인 김 대표에게 맡겼다.
총 5막 18장에 달하는 작품은 “배우들을 제외한 모든 것은 장식과 수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의 연출 소신대로 무대화된다. 텅 빈 무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의 암전 없이 배우들의 움직임만으로 모든 상황을 만들어가고 이어간다. 연습실에서 미리 본 작품은 속도감 있고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힘이 넘쳤다. 무대 위 군중들은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소한의 것으로 본질을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 알갱이만 오롯이 무대 위에 남겨 놓겠습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