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시작된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하락이 과거 원화 강세기보다 한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소비와 투자 증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외환시장의 대다수 전문가는 조만간 원·달러 환율 1000원, 원·엔 환율 100엔당 1000원 등 이른바 ‘1000-1000’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년여간 전개된 원화 강세 흐름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2012년 초 1155원80전으로 출발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1024원)까지 131원80전(11.4%) 떨어졌다. 원·엔 환율 하락세는 더 가팔라서 그 폭이 493원10전(32.8%)에 이른다.
환율 1000·1000…허약해진 '맷집'
이 같은 흐름은 2004~2007년의 환율하락기와 비슷한 양상이다. 이 4년간 원·달러 환율은 1195원에서 936원10전으로, 원·엔 환율은 1117원30전에서 828원30전으로 내렸다. 원화값이 달러에 대해서는 21.7%, 엔화와 비교하면 25.8%나 급등한 것이다. 원·달러와 원·엔 환율(100엔당)은 2006년 1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약 27개월이나 동반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당시 원화 강세는 국민소득 증가, 물가 안정 등의 긍정적 효과를 몰고 왔다. 문제는 2004년 이후 8년이 지나 시작된 원화 강세는 대내외적으로 상당히 취약해진 경제 여건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경기회복세가 불투명하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국내 기업들의 체력은 크게 약해졌다. 원화 강세로 수출경쟁력이 약해질 경우 생산-투자-고용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게다가 오랜 저성장으로 인해 가계의 소비 여력도 위축된 상태다. 세월호 사고 여파까지 가세해 2000년대 중반과 같은 소비 붐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지난해 기업들의 설비 투자 증가율도 마이너스였다. 이번 환율 하락이 축복보다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