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국가개조] '취업 제한'의 역설…"민간으로 못돌아가는데 왜 공직 지원하겠나"
“역설적으로 이제 민간으로 나갈 길이 완전히 차단되는데 누가 공직을 지원하겠습니까. 급여 차이도 많이 나고 공무원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졌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담화에서 공직을 민간에 대폭 개방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많은 인재가 공직을 지원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방 취지와 현실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마음놓고 일하기 힘들다”

그동안 민간 인재들이 공직 진출을 꺼려온 이유 중 하나가 신분 보장 문제였다. 개방형 공직의 경우 보통 계약기간이 2년에 불과하다. 업무성과를 인정받으면 최대 5년까지 계약 연장이 가능하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안정된 직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퇴직 후는 더 걱정이다. 재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와 업무 관련성이 높은 기업이나 로펌, 회계법인 등에 퇴직 후 2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게다가 앞으로 퇴직 전 5년간 ‘소속 부서’ 조항은 ‘소속 기관’으로, ‘퇴직 후 2년간’ 취업 제한은 ‘퇴직 후 3년간’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이 정도면 퇴직 후 당장 갈 곳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공직사회의 예산 및 인사 제약도 민간 인재 수혈에 걸림돌이다. 지난해 대기업 임원을 그만두고 1급 공무원이 된 A씨는 “공직에 들어와보면 민간에선 보기 힘든 여러 가지 규정이나 관행이 있다”며 “책임자라 하더라도 사람을 뽑는다거나 예산을 쓰는 데 제약이 있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도 마음껏 능력을 펼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인사행정학회장)는 “진짜 뛰어난 민간인은 굳이 공직에 지원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며 “(박 대통령 구상대로) 부처별 선발 방식을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설치해 선발하는 식으로 바꿔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업 임원 2억vs실·국장 1억

민간과 공직의 연봉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중앙부처 실·국장급 고위공무원의 경우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원칙적으로 기본연봉(기준급+직무급) 상한선은 9600만원가량이다. 여기에 급식비, 직급보조비 등을 더해도 1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장사 임원 평균 연봉 2억877만원의 절반도 안된다. 게다가 업무용 차량 제공 등 복지 수준은 민간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민간 개방형 공직은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장급 자리인 심판관리관을 민간에 내놨지만 지원자가 없어 3차 공고까지 들어갔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지원자는 단 한 명에 그쳤고 그마저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규제개혁 업무를 총괄할 총리실 규제조정실장은 4개월 넘게 공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원자가 적다는 이유로 관료 출신이 이런 자리를 꿰차고 앉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개방형 공모제도는 ‘무늬만 개방형’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지난해 충원이 완료된 개방형 고위공무원 139명 가운데 민간 출신이 31명(22.3%)에 그친 게 단적인 예다. 결국 보상체계와 근무여건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민간 인재 영입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용석/김주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