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피케티의 주장 설득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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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론’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피케티는 지난 300년간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가운데 자산이 많은 최상위층으로 소득과 부가 편중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불평등이 심화하면 부의 세습으로 삶과 신분이 결정되는 세습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가 도래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습자본주의 해법으로 각국이 공조해 부자들에게 누진세를 부과하는 ‘글로벌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케티 주장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찬성 측은 한국에서도 최상위 부유층에 쏠린 부가 대물림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세 강화를 통해 부의 세습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부의 배분은 착취나 세습이 아닌 시장경쟁의 결과라며 부유세 부과와 같은 인위적 부의 재분배는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찬성론을,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이 반대론을 폈다.
찬성 - 富 쏠림 탓 소득분배 악화…방대한 자료 분석해 입증
한국도 이미 세습자본주의 나타나고 있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지난 300년간 부와 분배의 역사에 관한 치밀한 통계적 연구와 탁월한 이론적 분석을 담고 있다. 그 분석과 이론은 한국적 상황에서도 적용 가능성과 함의가 매우 크다.
피 케티의 가장 큰 공헌은 소득 분배에 관한 실증연구의 방법론을 개척해 소득불평등의 실상에 관한 학계의 인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가계소득에 관한 샘플조사 자료를 연구했는데, 이 자료의 문제는 고소득층의 소득이 심각하게 축소되거나 아예 누락된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대신 조세통계를 활용해 소득 분배를 추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조세통계도 탈루소득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샘플조사에 비해 고소득층의 소득을 훨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샘플조사가 없었던 먼 과거까지 소득 분배를 추정할 수 있다. 피케티는 또한 지니계수 등 한 가지 지표로 불평등을 측정하지 않고 상위 10%, 그다음 40%, 하위 50% 등 소득계층별로 비중을 살펴봤다. 특히 최상위 1%나 0.1% 등 고소득계층을 집중 연구했다.
피케티는 이렇게 해서 미국 등 앵글로색슨계 국가들의 심각한 소득불평등 심화가 실상은 최상위층으로 소득이 집중된 결과임을 밝혔고, 월스트리트 점령시위를 통해 널리 퍼진 ‘1(최상위층) 대 99(최상위층을 제외한 나머지)’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했다. 그리고 불평등 심화의 주된 원인이 그가 ‘슈퍼 매니저’라고 부르는 대기업 경영진의 폭발적인 보수 증가임을 입증했고, 이는 부자 감세를 비롯한 정치적 결과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피케티는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한 소득이 최상위층으로 지속적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줬다. 이런 경향이 갈수록 깊어지며 소수의 최상류 부자들이 상속된 부를 기반으로 특권을 누리는 세습자본주의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도 지난 20년간 소득 분배의 양상이 앵글로색슨계 국가들을 빼닮았다.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의 심화는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문제지만, 통계청의 샘플조사에 입각한 지표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피케티와 유사하게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추정한 불평등의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 상위 1%로의 소득 집중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소득 분배가 악화된 원인도 피케티의 분석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고도 성장기의 종언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자본의 수익률보다 낮아진 것, 대기업 임원들의 보수가 폭증한 것, 그리고 부자들을 위한 감세 등이다.
세습자본주의에서는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 사회 기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유산을 많이 받은 자들이 부와 특권을 누리게 된다. 따라서 능력주의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위협하게 된다. 재벌 2세, 3세들이 부를 지배하고 있는 한국은 이미 어느 정도 세습자본주의가 되고 말았다.
피케티는 세습자본주의의 도래를 막으려면 글로벌 부유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00만유로가 넘는 재산에 대해 1%, 500만유로가 넘는 재산에 대해서는 2%의 세금을 걷자는 것이다. 독점에 의해 세전 자본수익률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을 필요도 있다고 했다. 자본과세를 강화해 부의 세습을 완화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타당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부자들의 편법적인 상속·증여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부유세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반대 - ‘소득은 평등해야’ 전제 잘못…富의 분배는 시장경제 결과
글로벌 부유세 신설은 개방화 시대에 안 맞아
‘21세기 자본론’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경제 본질보다는 대중의 관심이 높은 불평등 실태를 부각시키고, 대다수 사람의 심리에 깔린 자본과 부자에 대한 미움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젊고 잘생긴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 교수 자신의 외적 용모처럼 이 책은 감각적이고 감성적이다.
이 책의 강점인 부의 편중실태를 보여주는 실증자료들의 단순나열은 한편으론 치명적 약점이다. 소득과 부의 편중현상, 불균형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균형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필요하다. 철학적, 경제학적 기준 없이 나열되는 자료들은 마치 모든 사람이 똑같은 소득과 부를 가져야 한다는 암묵적 가정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런 사회를 꿈꾸었던 지난 20세기의 사회주의 실험은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주류 경제학에서 평등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평등에 대한 관심이 낮아서가 아니고, 부의 분배는 시장경제 과정의 결과적 현상이므로, 분배 수준에 대한 사전 조정이 불가능하고, 가치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자본론’은 대다수 대중의 시선처럼 상위 1%에 주목한다. 1%의 부자가 전체 소득의 20%를 차지했다는 지표는 1%의 부자가 19%에게 돌아갈 부(富)를 착취했다는 해석을 낳는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경제를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이다. 시장경제 과정을 통한 부의 배분은 착취의 결과가 아니고 소비자를 만족시킨 대가다. 그리고 이들 부자가 한 해에 많은 소득을 벌어들였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그 수준을 유지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순간 언제라도 상위가 아닌 빈자 1%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시장경제다. 피케티 교수가 내놓은 부의 편중에 대한 해법은 더 파격적이다. 그는 최고한계세율 80%의 소득세제를 제시하고, 전 세계적 정보 공유를 통해 누진구조의 부유세 신설을 주장한다. 그런 세상이 이전에 없었던 것도 아니다. 불과 오래지 않은 1970년대에는 소득세 한계세율이 80% 이상이었고, 유럽의 많은 국가가 부유세를 매겼다.
그러나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해 자유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세율을 대폭 낮춤으로써 경제성장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그 결과 영국은 영국병을 치유하고 유럽의 이류국가로 전락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고, 미국은 새로운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 한국도 1970년대 최고한계세율이 80% 수준이었던 소득세가 지금은 38%다. 그 때보다 세계경제가 더욱 개방화된 지금, 단순한 세율 인상을 통해 형평성을 높이려는 정책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부유세 신설주장도 개방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정책제안이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형평을 강조한 역사를 가진 스웨덴도 2005년 상속세, 2006년 부유세를 폐지했다.
사회주의 국가들도 변하고 있다. 한때 사회주의를 경험했던 많은 국가가 단일세율 소득세제를 도입했다. 러시아는 2001년부터 13%의 단일소득세율 체계를 도입했다. 자본주의 국가들도 감히 도입하지 못하는 불평등한 단일세율 제도를 사회주의 국가들이 먼저 도입하는 시대다. 피케티 교수는 이런 엄연한 시대흐름에 역행해, 마르크스가 주장한 혁명을, 부자에 대한 높은 세금으로 대신하려는 논지를 편다. 대중들의 감성을 두드릴 수 있다고 해서 경제 본질을 깨뜨릴 수는 없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피케티는 지난 300년간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가운데 자산이 많은 최상위층으로 소득과 부가 편중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불평등이 심화하면 부의 세습으로 삶과 신분이 결정되는 세습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가 도래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습자본주의 해법으로 각국이 공조해 부자들에게 누진세를 부과하는 ‘글로벌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케티 주장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찬성 측은 한국에서도 최상위 부유층에 쏠린 부가 대물림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세 강화를 통해 부의 세습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부의 배분은 착취나 세습이 아닌 시장경쟁의 결과라며 부유세 부과와 같은 인위적 부의 재분배는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찬성론을,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이 반대론을 폈다.
찬성 - 富 쏠림 탓 소득분배 악화…방대한 자료 분석해 입증
한국도 이미 세습자본주의 나타나고 있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지난 300년간 부와 분배의 역사에 관한 치밀한 통계적 연구와 탁월한 이론적 분석을 담고 있다. 그 분석과 이론은 한국적 상황에서도 적용 가능성과 함의가 매우 크다.
피 케티의 가장 큰 공헌은 소득 분배에 관한 실증연구의 방법론을 개척해 소득불평등의 실상에 관한 학계의 인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가계소득에 관한 샘플조사 자료를 연구했는데, 이 자료의 문제는 고소득층의 소득이 심각하게 축소되거나 아예 누락된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대신 조세통계를 활용해 소득 분배를 추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조세통계도 탈루소득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샘플조사에 비해 고소득층의 소득을 훨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샘플조사가 없었던 먼 과거까지 소득 분배를 추정할 수 있다. 피케티는 또한 지니계수 등 한 가지 지표로 불평등을 측정하지 않고 상위 10%, 그다음 40%, 하위 50% 등 소득계층별로 비중을 살펴봤다. 특히 최상위 1%나 0.1% 등 고소득계층을 집중 연구했다.
피케티는 이렇게 해서 미국 등 앵글로색슨계 국가들의 심각한 소득불평등 심화가 실상은 최상위층으로 소득이 집중된 결과임을 밝혔고, 월스트리트 점령시위를 통해 널리 퍼진 ‘1(최상위층) 대 99(최상위층을 제외한 나머지)’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했다. 그리고 불평등 심화의 주된 원인이 그가 ‘슈퍼 매니저’라고 부르는 대기업 경영진의 폭발적인 보수 증가임을 입증했고, 이는 부자 감세를 비롯한 정치적 결과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피케티는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한 소득이 최상위층으로 지속적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줬다. 이런 경향이 갈수록 깊어지며 소수의 최상류 부자들이 상속된 부를 기반으로 특권을 누리는 세습자본주의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도 지난 20년간 소득 분배의 양상이 앵글로색슨계 국가들을 빼닮았다.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의 심화는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문제지만, 통계청의 샘플조사에 입각한 지표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피케티와 유사하게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추정한 불평등의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 상위 1%로의 소득 집중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소득 분배가 악화된 원인도 피케티의 분석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고도 성장기의 종언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자본의 수익률보다 낮아진 것, 대기업 임원들의 보수가 폭증한 것, 그리고 부자들을 위한 감세 등이다.
세습자본주의에서는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 사회 기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유산을 많이 받은 자들이 부와 특권을 누리게 된다. 따라서 능력주의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위협하게 된다. 재벌 2세, 3세들이 부를 지배하고 있는 한국은 이미 어느 정도 세습자본주의가 되고 말았다.
피케티는 세습자본주의의 도래를 막으려면 글로벌 부유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00만유로가 넘는 재산에 대해 1%, 500만유로가 넘는 재산에 대해서는 2%의 세금을 걷자는 것이다. 독점에 의해 세전 자본수익률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을 필요도 있다고 했다. 자본과세를 강화해 부의 세습을 완화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타당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부자들의 편법적인 상속·증여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부유세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반대 - ‘소득은 평등해야’ 전제 잘못…富의 분배는 시장경제 결과
글로벌 부유세 신설은 개방화 시대에 안 맞아
‘21세기 자본론’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경제 본질보다는 대중의 관심이 높은 불평등 실태를 부각시키고, 대다수 사람의 심리에 깔린 자본과 부자에 대한 미움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젊고 잘생긴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 교수 자신의 외적 용모처럼 이 책은 감각적이고 감성적이다.
이 책의 강점인 부의 편중실태를 보여주는 실증자료들의 단순나열은 한편으론 치명적 약점이다. 소득과 부의 편중현상, 불균형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균형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필요하다. 철학적, 경제학적 기준 없이 나열되는 자료들은 마치 모든 사람이 똑같은 소득과 부를 가져야 한다는 암묵적 가정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런 사회를 꿈꾸었던 지난 20세기의 사회주의 실험은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주류 경제학에서 평등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평등에 대한 관심이 낮아서가 아니고, 부의 분배는 시장경제 과정의 결과적 현상이므로, 분배 수준에 대한 사전 조정이 불가능하고, 가치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자본론’은 대다수 대중의 시선처럼 상위 1%에 주목한다. 1%의 부자가 전체 소득의 20%를 차지했다는 지표는 1%의 부자가 19%에게 돌아갈 부(富)를 착취했다는 해석을 낳는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경제를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이다. 시장경제 과정을 통한 부의 배분은 착취의 결과가 아니고 소비자를 만족시킨 대가다. 그리고 이들 부자가 한 해에 많은 소득을 벌어들였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그 수준을 유지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순간 언제라도 상위가 아닌 빈자 1%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시장경제다. 피케티 교수가 내놓은 부의 편중에 대한 해법은 더 파격적이다. 그는 최고한계세율 80%의 소득세제를 제시하고, 전 세계적 정보 공유를 통해 누진구조의 부유세 신설을 주장한다. 그런 세상이 이전에 없었던 것도 아니다. 불과 오래지 않은 1970년대에는 소득세 한계세율이 80% 이상이었고, 유럽의 많은 국가가 부유세를 매겼다.
그러나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해 자유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세율을 대폭 낮춤으로써 경제성장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그 결과 영국은 영국병을 치유하고 유럽의 이류국가로 전락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고, 미국은 새로운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 한국도 1970년대 최고한계세율이 80% 수준이었던 소득세가 지금은 38%다. 그 때보다 세계경제가 더욱 개방화된 지금, 단순한 세율 인상을 통해 형평성을 높이려는 정책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부유세 신설주장도 개방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정책제안이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형평을 강조한 역사를 가진 스웨덴도 2005년 상속세, 2006년 부유세를 폐지했다.
사회주의 국가들도 변하고 있다. 한때 사회주의를 경험했던 많은 국가가 단일세율 소득세제를 도입했다. 러시아는 2001년부터 13%의 단일소득세율 체계를 도입했다. 자본주의 국가들도 감히 도입하지 못하는 불평등한 단일세율 제도를 사회주의 국가들이 먼저 도입하는 시대다. 피케티 교수는 이런 엄연한 시대흐름에 역행해, 마르크스가 주장한 혁명을, 부자에 대한 높은 세금으로 대신하려는 논지를 편다. 대중들의 감성을 두드릴 수 있다고 해서 경제 본질을 깨뜨릴 수는 없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