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앞에 대형 건설사도 '무릎'…세종시 브랜드 아파트 7000가구 분양 연기
내달 세종시에서 3년 만에 선보일 예정이던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 7000여가구 분양이 하반기로 연기됐다. 최근 세종지역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전세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대규모 신규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은 세종시 핵심 주거지역인 ‘2-2 생활권’에서 다음달 예정했던 아파트 분양 시기를 오는 9월로 미뤘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팀 관계자는 “최근 인허가 초기 단계인 건축안전심의가 깐깐해진 데다 주택시장 분위기도 예년만 못해 분양을 늦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2011년 공동으로 만든 세종시 시범단지 설계공모에 당선됐지만, 당시 세종시의 행정도시 기능을 축소하는 ‘세종시 수정 논란’이 불거지자 사업성이 나쁘다는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포기한 아파트 용지를 대거 사들인 중흥건설, 호반건설, 모아주택 등은 이후 분양에 성공하며 전국구 중견 건설사로 자리를 굳혔다. 10대 건설사 중에선 포스코건설이 2011년 유일하게 아파트를 분양했다.

이번에 대대적인 분양을 준비했던 대형 건설사들은 공급 과잉에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3000여가구 수준이던 세종시 입주 아파트 물량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1만6000여가구로 5배 이상 급증한다. 올해만 총 1만8000여가구가 새로 공급되는 만큼 2016년 이후에도 대규모 입주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과천정부청사 등의 이전과 함께 예상됐던 서울·수도권 거주 공무원들의 이주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매매값이 떨어지는 아파트가 등장하고 평균 전셋값은 지난 3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작년 말 3억1000만원가량에 거래되던 ‘첫마을 퍼스트프라임’ 전용면적 85㎡는 이달에는 2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아파트 전셋값은 이 기간 2억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4000만원 내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연말 3단계 공공기관 이전과 병원, 마트 등 기반시설 확충 등에 따른 공무원 이주율 상승이 세종시 주택시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