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 국방기술 협력] 軍-기업 '든든한 파트너'…한국 방위산업 '레벨 업'
나라 경제를 키우고 군사력을 강화한다는 의미의 부국강병(富國强兵)은 현대에 와서 더 중요해졌다. 군사적 목적으로 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은 기술이 다른 분야에 적용되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인류의 달 탐사 꿈을 실현시켜준 로켓 기술은 포의 탄도를 계산하는 기초적인 컴퓨터가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 일본을 항복으로 이끌었던 미국의 핵폭탄은 원자력발전 기술로 이어졌다.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컴퓨터와 원자로 등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 핵심 원천기술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고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국방 관련 연구개발(R&D)이 시작됐다. 이후 국내 방위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정부 주도로 무기체계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방위산업체가 지정된 뒤 급속도로 성장했다. 선진국처럼 자국에서 생산한 기본소총(K2)과 전투기(FA-50)를 보유하게 됐다.

[민·군 국방기술 협력] 軍-기업 '든든한 파트너'…한국 방위산업 '레벨 업'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방과학기술은 미국 대비 80% 수준까지 발전했다. 방위산업 생산액은 2012년 기준 10조8936억원으로 세계 10위권에 든다. 반면 1970년부터 40여년간 국방기술이 민간분야로 파급되면서 생겨난 부가가치는 총 1조1200억원에 그쳤다. 군이 필요한 무기체계를 그때그때 개발하는 데만 급급했던 나머지 국방기술 발전이 민간에 미칠 추가 효과를 감안하지 못한 탓이다.

민·군 협력으로 기술력 강화

정부는 2006년 국방 조달업무를 일원화하는 차원에서 방위사업청을 설립했다. 방사청은 국방 기술 발전이 기업 발전을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 발전과 연계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다양한 민·군 간 기술 협력 전략을 추진해 왔다.

민·군 기술협력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군사기술로 개발된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하는 ‘스핀 오프 (spin-off)’와 민간 기술을 군사분야에 새롭게 적용하는 ‘스핀 온(spin-on)’, 민간 기업과 군이 공동으로 이용할 목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스핀 업(spin-up)’이 그것이다.

스핀 오프는 1994년 국방기술 이전 금수 조치가 풀린 1994년 이후 2012년까지 총 360건이 성사됐다. 공군비행장에서 쓰이던 관제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민간용 위치확인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을 없애는 군용 장비를 활용해 GPS의 정확도를 높였다.

스핀 업의 사례로는 ADD 산하 민군기술협력진흥센터가 주도한 고성능 탄소섬유소재, 감시정찰 센서 네트워크 개발 성과가 있다. 군에서는 위성과 로켓, 감시장비로 활용할 수 있고 민간상품으로 활용성도 무궁무진하다는 게 ADD의 설명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ADD가 2012년 함께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도 손꼽을 만한 작품이다.

반면 우리 국방 R&D 분야에서 민간 기술이 국방분야로 이전된 스핀 온은 다소 미흡하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방산 연구및 투자에 뛰어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은 민간기업이 정부 투자를 받아 국방 R&D에 참여, 획득한 기술을 업체가 갖도록 하고, 일본은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 생산해 군에 납품하는 식으로 방위산업체제가 짜여져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형 전차용 베어링과 K9 자주포 항법장치 등을 들여오는 사업에서 자동차 관련 소재 업체의 기존 기술을 도입한 사례가 일부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미진한 상태다.

다양한 행사 나흘간 열려

국방부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과 함께 29일부터 나흘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민·군 기술협력 박람회’를 여는 이유도 군과 민간기업 간에 기술 협력을 강화해 국정 목표인 창조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국방기술을 활용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방위산업체를 소개하는 ‘민·군 기술협력 성과’ 전시 부스가 마련되고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최근의 병영문화와 군사과학기술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체험관도 마련된다. 박람회 기간 중 국내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국산화 발전전략 세미나 및 전력지원 체계 발전 콘퍼런스, 국방 무인로봇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 심포지엄이 열린다. 방위산업체 및 협력업체 160여개가 국산 무기체계 등 국방 관련 개발 성과를 전시할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 등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행사도 준비돼 있다. 방사청은 30일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재학생에게 방산기업 취업을 상담해주는 ‘방방내일 잡 콘서트’를 열고 31일에는 국방기술을 활용한 청년창업 경진대회 결승전이 열린다. 전재필 민·군기술협력 박람회 기획단장(육군 준장)은 “민간기업과 군이 기술협력을 강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를 바탕으로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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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 국방기술 협력] 軍-기업 '든든한 파트너'…한국 방위산업 '레벨 업'
한국경제신문은 국방부과 함께 민·군 협력을 통해 군의 사기를 높이면서 국민의 안보의식도 강화하기 위해 기업과 군부대간 1 대 1 자매결연을 유도하는 ‘1사1병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65개 기업과 군부대가 결연을 맺고 상호 지원활동을 벌이며 안보와 경제 발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1사1병영 운동의 문호는 기업(단체 협회 포함), 군부대에 널리 열려 있습니다. 문의 최승욱 한국경제신문 선임기자(02-360-4284 swchoi@hankyung.com), 고성원 국방부 병영정책과 주무관(02-748-5153 conlaw17@naver.com)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