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태국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서 호주 해군 장교가 동인광학이 전시한 도트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동인광학 제공
2001년 태국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서 호주 해군 장교가 동인광학이 전시한 도트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동인광학 제공
방위산업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다. 군용제품에 요구되는 조건이 일반 민수제품보다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아 무기체계의 한 구성품으로 납품하는데 성공하면 대체품이 나올 때까지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장점에 주목해 방산분야 진입을 희망하는 중소벤처기업을 도와주는 시설이 국방벤처센터다. 국방기술픔질원이 운영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한다. 서울 인천 전주 등 전국 8곳에 있다. 지난 4월 초 현재 국방벤처센터는 입주한 154개사에 사업아이템 발굴, 개발자금 및 기술지원, 전시회 참여 및 마케팅 지원 등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덕분에 군수분야 연 매출이 10억원이 넘는 곳이 아이윈스(포신청소기) 화인정밀(와이퍼) 세운테크(탄도계산기)등 52개사에 이른다.

이 중에서도 두드러진 실적을 올린 방산기업이 경기 부천시 오정구에 본사가 있고 인천국방벤처센터에 연구소를 두고 있는 동인광학(대표 정인)이다. 입주 10년 만에 직원 13명의 가내수공업업체에서 임직원 140명의 국내 유일의 군사용 도트 사이트 수출 방산기업으로 우뚝 섰다.

정 사장은 1985년 천체망원경 개발로 이 분야와 인연을 맺은뒤 88년부터 사냥용 스코프를 제조, 수출해 왔다. 1992년 미국과 일본 바이어로부터 도트 사이트(Dot Sight)의 전망이 밝다는 말을 듣고 해외 업체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개인화기에 장착하는 도트 사이트 생산에 들어갔다. 도트 사이트는 LED 빛을 특수가공한 대물렌즈에 비춰 점처럼 보이게 한 뒤 이 점을 조준점으로 사용하는 무배율 광학조준경이다. 가늠자와 가늠쇠, 목표물, 눈 등 4점을 정렬시켜야 하는 소총과는 달리 조준경 정렬이 필요없다. 렌즈 위에 표시된 조준점을 표적에 일치시킨 뒤 사격하면 명사수가 될 수 있다. 표적이 움직이더라도 조준점을 쉽게 옮길 수 있어 특수부대원들이 선호한다

정 사장은 군수시장 진출을 노리던 중 2004년 인천국방벤처센터에 입주했다. 노력 끝에 2007년 기관총에 장착하는 대구경(지름 120㎜)도트 사이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정 사장은 “인천국방벤처센터가 국방규격에 일치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끔 도와줬고 군부대에서 시제품으로 시험사격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고 설명했다.

동인광학은 2007년 시제품을 대전 국방벤처마트에 전시한 뒤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주한 미대사관의 주선으로 주한 미군 관계자에게 소개돼 2009년 미군에 완성품을 납품했다. 이런 실적에 힘입어 같은해 노르웨이, 프랑스, 중동 지역에 수출했다. 2012년에는 개인화기용 주야조준경(II형)을 개발한 뒤 방산물자 및 방산업체로 지정받아 우리 군에도 납품하고 있다.

정 사장은 “대당 5000달러에 이르는 대구경 도트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워 미국 업체들도 여러 번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국내 방산수출기업 중에서 볼트부터 포장재까지 100% 국산제품으로 완제품 장비를 수출하는 곳은 동인광학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인광학의 매출은 20004년 12억원에서 지난해 150억원으로 급증했다. 정 사장은 “비냉각형 적외선검출기를 장착한 주야간용 대구경 도트 사이트 시제품 개발을 마쳤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부천=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