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수출기업과 힘겨운 '월말 환율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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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매도 물량에 한때 1020원선 붕괴…'실탄' 개입 가까스로 방어
"수출호조·경상흑자 늘어…환율 추가하락에 무게"
"수출호조·경상흑자 늘어…환율 추가하락에 무게"
원·달러 환율 1020원 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에 무너졌다. 외환당국이 한 달 넘게 지켰던 방어선이 흔들리자 외환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월말을 맞아 쏟아지고 있는 수출업체 달러 매도, 환율을 방어하려는 외환당국의 달러 매수가 팽팽하게 부딪치고 있다.
◆긴박했던 5분
서울 외환시장이 문을 연 30일 오전 9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3.6원 내린 달러당 1018.0원으로 출발했다. 장중가 기준으로 2008년 8월8일(1017.5원) 이후 5년9개월 만에 1020원 선을 뚫고 내려갔다. 이미 지난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당 1018원대를 기록한 뒤였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외로 부진하자 글로벌 달러 약세가 두드러졌다.
개장 직후 월말을 맞은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가 몰렸다. 환율이 달러당 1017원10전까지 밀리자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주문이 쏟아졌다. 환율은 개장 5분 만에 달러당 1023원까지 뛰었다.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은 “자칫하면 달러 매도가 더 쏠릴 수 있는 아찔한 상황에서 달러 매수가 들어왔다”며 “당분간 1020원 선은 방어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0전 내린 달러당 1020원10전으로 장을 마감했다.
◆기업들 손절매 나서면
달러당 1020원 선 붕괴는 시간문제란 지적이 많다. 수출업체를 비롯한 내국인의 달러화예금 잔액은 424억7000만달러(4월 기준)로 사상최대다.
지난해 말부터 환율이 급락하자 기업들은 환전 시점을 미뤄왔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끝나는 하반기엔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며 “그때 달러를 내놓겠다며 버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지난 26일엔 하루 외환시장 거래금액이 사상 최저인 28억달러에 그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1020원 선이 완전히 붕괴되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김성순 기업은행 자금운영부 팀장은 “늦기 전에 달러를 팔려는 손절매성 주문이 쏟아지면서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추가하락에 베팅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다.
◆‘밀고 당기기’ 언제까지
외환당국이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1020원 선을 간신히 지켜온 배경이다. 하지만 방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정 환율에서 달러를 무조건 사주면 수출업체는 달러를 언제나 비싸게 팔 수 있어 유리하다”며 “국민의 돈이 결국 기업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때때로 환율 하단을 내어주면서 ‘밀고 당기기’를 하는 이유다.
시장 개입 비용도 만만치 않다.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를 받아주는(달러 매수)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은 늘어나지만, 시중 유동성을 다시 흡수하는 과정에서 통화안정증권 발행 비용이 들어간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수출업체는 대기업이 많아 지금 당장 환전을 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며 “달러가 당장 강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환율이 달러당 1010원대로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당국과 수출대금의 한판 접전이 한동안 치열할 전망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긴박했던 5분
서울 외환시장이 문을 연 30일 오전 9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3.6원 내린 달러당 1018.0원으로 출발했다. 장중가 기준으로 2008년 8월8일(1017.5원) 이후 5년9개월 만에 1020원 선을 뚫고 내려갔다. 이미 지난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당 1018원대를 기록한 뒤였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외로 부진하자 글로벌 달러 약세가 두드러졌다.
개장 직후 월말을 맞은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가 몰렸다. 환율이 달러당 1017원10전까지 밀리자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주문이 쏟아졌다. 환율은 개장 5분 만에 달러당 1023원까지 뛰었다.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은 “자칫하면 달러 매도가 더 쏠릴 수 있는 아찔한 상황에서 달러 매수가 들어왔다”며 “당분간 1020원 선은 방어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0전 내린 달러당 1020원10전으로 장을 마감했다.
◆기업들 손절매 나서면
달러당 1020원 선 붕괴는 시간문제란 지적이 많다. 수출업체를 비롯한 내국인의 달러화예금 잔액은 424억7000만달러(4월 기준)로 사상최대다.
지난해 말부터 환율이 급락하자 기업들은 환전 시점을 미뤄왔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끝나는 하반기엔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며 “그때 달러를 내놓겠다며 버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지난 26일엔 하루 외환시장 거래금액이 사상 최저인 28억달러에 그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1020원 선이 완전히 붕괴되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김성순 기업은행 자금운영부 팀장은 “늦기 전에 달러를 팔려는 손절매성 주문이 쏟아지면서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추가하락에 베팅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다.
◆‘밀고 당기기’ 언제까지
외환당국이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1020원 선을 간신히 지켜온 배경이다. 하지만 방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정 환율에서 달러를 무조건 사주면 수출업체는 달러를 언제나 비싸게 팔 수 있어 유리하다”며 “국민의 돈이 결국 기업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때때로 환율 하단을 내어주면서 ‘밀고 당기기’를 하는 이유다.
시장 개입 비용도 만만치 않다.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를 받아주는(달러 매수)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은 늘어나지만, 시중 유동성을 다시 흡수하는 과정에서 통화안정증권 발행 비용이 들어간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수출업체는 대기업이 많아 지금 당장 환전을 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며 “달러가 당장 강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환율이 달러당 1010원대로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당국과 수출대금의 한판 접전이 한동안 치열할 전망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