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GDP와 매춘
영국 여대생의 16%가 학비를 위해 기꺼이 몸을 팔겠다고 답했다 한다. 전화를 받고 원하는 장소로 찾아가는 ‘출장 서비스’도 좋다고 했다. 한 여성은 성매매 경험을 인터넷에 낱낱이 공개해 대중의 스타(?)가 됐다. 이 여학생은 “시간당 38만원이나 벌었다”고 떠벌리기까지 했다.

개인의 성매매가 합법인 영국에서는 몸 파는 여자가 2009년 기준으로 6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여성의 0.2%다. 이들의 몸값은 회당 평균 67.16파운드(약 11만4000원), 1주일 손님은 25명꼴이다. 이후 공식 집계는 없지만 학계에서는 성매매 여성을 8만명으로 잡고 있다. 프랑스 등 인근 국가의 매춘 불법화에 따른 ‘풍선효과’까지 겹친 결과다.

마피아와 카사노바로 상징되는 이탈리아에서도 매춘 화제는 끊이지 않는다. 올초에는 매춘부들이 세금을 내게 해 달라며 시위하는 모습이 외신을 탔다. 매춘은 합법이지만 세법상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세금을 낼 수 없고, 그래서 노후 연금도 못 받는 데서 오는 하소연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매춘은 음성적인 거래 때문에 지하경제나 하수구 경제, 회색경제로 불려왔다. 그런데 영국 통계청이 국내총생산(GDP) 계산에 성매매와 마약 부문을 포함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새 기준에 따른다는 것인데, 새 통계에 따르면 GDP가 2.5%(100억파운드·약 17조원)나 늘게 된다. 매춘 분야는 9조원 정도다.

이탈리아 역시 GDP의 10.9%나 되는 매춘과 마약 등 지하경제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덕분에 내년 경제성장률은 예상치인 1.3%보다 훨씬 높게 나올 전망이다. 에스토니아와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도 새로운 통계 방법에 동참하기로 했다.

국가의 통계 셈법치고는 좀스럽다. 유럽통계청도 새 방식을 적용하면 역내 국가의 GDP가 평균 2.4%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 규모가 커지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통계 합산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은밀한 거래 비용과 콘돔 판매량 등을 일일이 계산해야 하는데 그게 쉽겠는가.

한국은 더 그렇다. 기초 자료부터 제멋대로다. 정부는 2007년 성매매 종사자를 27만명(전체 여성의 1.07%)이라고 했다가 2010년에는 14만2000여명이라고 발표했다. 인터넷 성매매 등을 제외했다지만 3년 만에 돌변하는 이런 통계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집창촌이 없어지고 전 도시가 성 업소로 변했다는 대한민국에서.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