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만 쓰는 나! 혹시 스마트폰 중독?”
서울 지하철에서 ‘스포츠신문’을 몰아낸 주범은 ‘무가지’가 지적됩니다. 이런 무가지를 지하철에서 퇴출시킨 주역은 우리가 보급률 70%이상으로 세계 1위인 ‘스마트폰’이 꼽히고요.

지하철을 탄 승객 대부분은 크지 않은 폰의 화면에 나타난 ‘앱 (응용프로그램)’과 끊임없이 소리없는 대화에 열중입니다. A씨는 메신저, B씨는 뉴스, C씨는 게임, D씨는 방송드라마, E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스마트폰 사용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지속합니다. [시중에 “내가 너의 애비 (앱)다”라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나도는 이유지요.]

때문에 사람들 사이 은근한 걱정거리도 생겼습니다. “혹시 내가 스마트폰 중독, Smartphone Addiction 아닌가?”

스마트폰 중독은 명확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지만 일상 생활을 간섭할 정도의 과도한 사용으로 장애를 겪는 ‘인터넷 중독’의 특성과 비슷하다고 일반적으로 해석합니다. 이 기기가 인터넷 기능을 모두 갖고 있어서입니다.

참고로 2012년에 나온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폰 중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중독률이 8.4%로 조사돼 꽤 높은 비율로 평가됐는데요.

한국정보화진흥원측은 홈페이지에 본인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에 빠질 위험성을 진단해 볼 수 있는 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5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성인용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나친 사용으로 성적이나 업무능률이 떨어진다.” “사용하지 못하면 온 세상을 잃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용할 때 그만해야지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계속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더 즐겁다.” “사용시간을 줄이려고 해보았지만 실패한다.”…

이를 체크해 자신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성이 얼마나 되는 지 여부를 체크할 수 있고요.
“카톡만 쓰는 나! 혹시 스마트폰 중독?”
국내 대학 연구진이 이 진단 척도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중독 위험 집단의 행동 패턴’을 조사해 봤습니다. KAIST 지식서비스공학과 이의진 교수 (38) 연구팀이 주인공 입니다.

연구팀이 95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스마트폰 자가 진단 체크를 해보니 36명이 이른바 ‘위험’ 집단으로 나왔고, 그렇지 않는 비위험집단은 59명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뒤, 실험 참여자 전원의 스마트폰 사용 기록을 추적해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전문적으로 ‘퍼스널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부릅니다. [퍼스널 빅데이터=개인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났는지, 무엇을 했는지를 쉽게 기록하고 검색할 수 있도록 한 데이터.]

연구팀은 이를 위해 95명이 사용한 총 5만 시간에 이르는 스마트폰의 사용기록을 분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전원, 화면, 배터리상태, 앱실행, 인터넷이용, 전화 및 문자메시지입니다,
“카톡만 쓰는 나! 혹시 스마트폰 중독?”
연구팀에 따르면 그 결과, 중독 위험 집단과 그렇지 않는 집단 사이에 행동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눠졌습니다.

예컨대 위험집단으로 분류된 36명은 특정한 한 두 개의 앱을 집중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앱으로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가 꼽혔고요.

중독 위험집단은 특히 이 같은 앱 사용에서 ‘알림’ 설정을 해두는 특성을 보였습니다. 이 기능의 사용에 따라 위험집단이 비위험집단 보다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38분이나 더 많이 쓴다는 조사결과 입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 “알림메시지가 외부 자극으로 작용해 자기조절력이 낮은 위험군의 스마트폰 사용을 더 빈번하게 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독 위험집단은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이 비위험집단 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비위험집단이 하루 평균 3시간 27분을 사용하는데 비해 위험집단은 이들 보다 46분이나 더 긴 4시간 13분을 쓰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더욱이 오전 6시에서 정오 사이와 오후 6시부터 자정사이에 사용량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물론 사용횟수의 경우 위험집단이 11.4회 더 높았습니다.

이의진 교수는 “이번에 수집한 자료를 기반으로 사용자를 위험집단과 비위험집단으로 자동 판별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소개했습니다.

80%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중독 현상에 대한 행동을 조기 발견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보다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이 교수 연구팀의 기대입니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분야 세계 최대 학술대회인 국제HCI학술대회 (ACM SIGCHI CHI, 4월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에서 발표됐으며 KAIST 지식서비스공학과 권가진, 전산학과 송준화 교수와 연세대 심리학과 정경미 교수,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코지 야타니 박사가 참여했습니다.

[이미지=위는 아이폰5S골드, 아래는 KAIST 연구팀의 실험 통계자료로 95명 대학생의 스마트폰 사용횟수와 사용시간]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