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는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역량을 평가받는 예비 무대가 될 전망이다. 자천타천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여야 후보들이 전국 곳곳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어 선거 결과에 따라 이들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초박빙 대결 지역에서 걸출한 경쟁 후보를 꺾고 당에 승리를 안겨줄 경우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서지만, 반대로 패배할 경우 만회하기 힘든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지방선거] 이기면 '대권주자' 굳히기…정몽준·박원순, 누가 웃을까
○승리 땐 ‘탄탄한 징검다리’

차기 대권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여야 광역단체장 출마자는 새누리당의 정몽준(서울)·남경필(경기)·원희룡(제주)·홍준표(경남) 후보,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서울)·송영길(인천)·안희정(충남)·김부겸(대구) 후보 등 8명이다.

관심이 가장 큰 지역은 역시 여야 잠재 대권주자인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가 서로 맞붙은 서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1000만 시민을 이끌 서울시장 자리는 차기 대권주자로 오르는 데 탄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두 후보 모두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주어진 임기를 충실히 다 마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선이 치러지는 2017년 정치 상황에 따라 당의 강력한 대선 출마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대권주자급 후보들의 사전 대결이나 다름없다”며 “정 후보든, 박 후보든 승자가 가져가는 정치적 열매가 다른 어느 지역이나, 다른 어느 선거 때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혁신 이미지를 앞세우는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와 원희룡 새누리당 제주지사 후보도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당내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송영길 후보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과 관련,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희정 후보도 이번 재선 도전에 성공할 경우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

○안철수 대표, 광주시장 결과에 달려

이번 선거 결과는 선거 출마 후보는 아니지만 여야 각당에서 대권을 노리는 거물급 인사들의 향후 거취와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권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선거 이후 재편되는 당내 친박근혜계 주류·비주류의 당내 역학 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야당에서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의 당락에 달려 있다는 당내 분위기가 강하다. 당 일각에선 윤 후보가 승리해야 안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전략공천한 윤 후보의 승패에 따라 논란이 된 안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바로 설 수 있느냐가 결정될 것”이라며 “또 다른 잠재 대권주자인 문재인 의원과의 경쟁 구도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