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론치 2014’ 행사장에서 만난 유리모토 야스히코 글로벌브레인 대표(가운데)와 박재욱 VCNC 대표(왼쪽), 이창수 파이브락스 대표.
‘비론치 2014’ 행사장에서 만난 유리모토 야스히코 글로벌브레인 대표(가운데)와 박재욱 VCNC 대표(왼쪽), 이창수 파이브락스 대표.
“한국 스타트업을 일본 스타트업보다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입니다. 일본 스타트업들은 자국 시장이 크다 보니 그 안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한국 스타트업들은 시장이 작다 보니 창업할 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열린 스타트업 콘퍼런스 ‘비론치 2014’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유리모토 야스히코 글로벌브레인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글로벌브레인은 일본에 있는 벤처캐피털(VC)이다. 지난해 8월 파이브락스에 25억5000만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 5월에도 VCNC에 투자(금액 비공개)하는 등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리모토 대표는 “올해도 3~4개의 한국 스타트업에 각각 10억~3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스마트폰 하드웨어 웨어러블기기 빅데이터 광고 등과 관련된 스타트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는 이창수 파이브락스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가 함께 자리했다.

“일본 시장을 노려라”

글로벌브레인이 모바일 게임사들을 위한 이용자 분석 솔루션 개발업체 파이브락스에 투자하게 된 계기는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1년 전 열린 ‘비론치 2013’에서 같은 VIP룸을 쓰게 된 이 대표가 5분만 시간을 달라며 그 자리에서 바로 유리모토 대표에게 회사 설명을 하면서부터다. 유리모토 대표는 “파이브락스가 개발한 이 기술이라면 바로 글로벌로 갖고 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며 “다음날 다시 조용히 만나 얘기를 나눈 뒤 투자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투자를 받고 난 뒤 파이브락스의 일본 시장 공략은 탄력을 받게 됐다. 유리모토 대표는 “글로벌브레인이 다른 일본 VC들과 비교해 자랑할 만한 점은 일본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놓고 이를 스타트업들과 연결시켜주는 데 있다”며 “투자 외에도 채용, 경리 등 부가적인 일들까지 도와주기 때문에 작은 스타트업이 낯선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브락스 역시 글로벌브레인의 도움으로 일본 법인을 세우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사를 소개받았다. 포케라보와 구미 같은 일본 유명 게임사를 비롯해 모바일 광고회사 애드웨이즈 등 50여개 일본 기업이 파이브락스 파트너사다. 이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시장으로는 영어권과 중화권이 꼽히지만 게임 아이템에 돈을 쓰고 게임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노력을 많이 하는 곳은 압도적으로 일본 시장”이라며 “글로벌을 목표로 한다면 일본 시장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까다로운 일본 고객들의 입맛을 맞출 정도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시장은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문화, 비슷한 시장

[스타트업 / 스마트 에너지] "한국 스타트업 해외 공략 의지 강해…올해 3~4곳에 수십억원씩 투자할 것"
유리모토 대표는 VCNC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선 “비트윈이 일종의 차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VCNC가 개발해 서비스 중인 비트윈은 연인 두 사람끼리만 글을 남기고 사진을 공유하는 SNS다. 지난 4월 말 기준 일본에서 100만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도쿄에 사무실을 내고 일본 시장에 진출한 지 1년 만에 성공 가능성을 알렸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커플 앱은 많지만 100만다운로드를 넘긴 것은 비트윈이 처음이었다.

박 대표는 “일본 사람들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연인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는 비트윈에서 편안함을 느낀 것 같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VCNC 역시 글로벌브레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해 나갈 수 있는 원군을 얻게 됐다. 앞으로 커플들을 겨냥한 광고, 마케팅, 이벤트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선 현지 업체들과의 제휴가 필수적인데 글로벌브레인이 중간에서 이들과의 제휴를 주선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 역시 “일본 시장은 한국과 문화가 비슷하면서도 규모는 더 크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한국과 일본은 일을 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런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영미권 시장에 진출하는 것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유리모토 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일단 지리적으로 가깝고 재일동포도 많아 한국어와 일본어를 다 잘 하는 사람을 구하기도 쉽다”며 “1억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일본 시장에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취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