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음악·통신] '스트리밍 라디오' 돌풍…장르만 선택하면 최신가요·팝이 '와르르'
직장인 최윤영 씨(35)는 최근 오랫동안 이용하던 음악 서비스 ‘멜론’을 탈퇴했다.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데 매달 6000원씩 꼬박꼬박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이용료가 문득 아깝게 느껴졌다. 대신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비트’에 가입했다. ‘핫 200 가요’ ‘추억 속 팝’ ‘클래식’ ‘잊지못할 OST’ 등 채널을 선택하면 해당 장르의 음악을 무제한 틀어준다. 알아서 선곡해주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 선곡 목록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 “예전엔 즐겨 들었는데 기억나지 않았던 노래가 나오면 기분이 좋아져요. 라디오와 달리 음악만 나오기 때문에 광고나 진행자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도 없고요.”

스마트폰이나 PC로 라디오처럼 무제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가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음악 시장에서 인기다. 세계 온라인 음악 시장은 이미 스트리밍 라디오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삼성전자가 오는 9월 음원서비스업체 소리바다와 손잡고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삼성라디오’(가칭)를 시작한다. 새로운 서비스는 국내 소비자의 음악 소비 방식을 바꿔놓을 전망이다. 멜론이 절반 이상을 장악한 1조원 규모의 국내 온라인 음악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한국판 ‘밀크뮤직’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미국에서 ‘밀크뮤직’이란 이름의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라디오는 밀크뮤직의 국내 버전이다. 애플은 앞서 지난해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아이튠즈라디오’를 발표해 호평받았다.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를 내놓은 판도라 스포티파이 등이 선전하자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선두업체인 스포티파이의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달 1000만명을 넘어섰다. 약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에 정보기술(IT)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5년까지 세계 스트리밍 라디오 시장 규모가 연평균 44.8% 급성장해 22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기존 다운로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월 2000원에 최신 가요 감상

좋아하는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는 마니아층은 얇다. 반면 누군가 알아서 선곡해준 음악을 듣는 소비자층은 두텁다. 스트리밍 라디오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한 음원업계 관계자는 “각 음악 서비스 업체가 보유한 곡은 300만곡이 넘지만 이 중 팔리는 것은 30만~50만곡 정도”라며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는 음악 취향이 특별하지 않은 대다수 일반인을 대상으로 곡 선택권을 제한한 대신 가격은 합리화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음악·통신] '스트리밍 라디오' 돌풍…장르만 선택하면 최신가요·팝이 '와르르'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의 최대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라디오 요금을 월 2000원 이하로 책정할 예정이다.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 벅스뮤직(네오위즈인터넷) 지니(KT뮤직) 엠넷닷컴(CJ E&M) 등이 제공하는 기존 서비스보다 훨씬 싸다. 이들은 일정 개수의 곡을 내려받고 이용자가 검색한 곡을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월정액 요금 6000~1만6000원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멜론이 독주하고 있는 온라인 음악 시장의 ‘판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라디오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 국내 온라인 음악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멜론을 포함해 벅스뮤직 지니 등 기존 음악 서비스가 타격을 받게 된다.

○저작권료 책정 방식이 관건

하지만 가격을 낮게 책정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과금 방식이 대표적이다. 아날로그 라디오와 비슷한 ‘방송’이 아닌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에 해당하는 ‘전송’으로 분류될 경우 스트리밍을 한 번 할 때마다 저작권료를 부과하는 건당 과금 방식(PPS)을 적용받게 된다. 어마어마한 음원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협의 중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음악 저작권 신탁 3단체는 삼성라디오를 ‘방송’으로 분류하기를 꺼리고 있다. 김용훈 음저협 전송팀장은 “곡 넘기기(스킵)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돼 있어 일반 방송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방송으로 분류하면 제작자 등 음원 권리자에게 돌아갈 몫도 적어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PPS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내더라도 일단 서비스를 시작한 뒤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온라인 음악 시장 진출로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 이어 음악 시장에서도 맞붙게 됐다. 애플은 최근 아이튠즈라디오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스트리밍 업체인 비츠일렉트로닉스를 30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밀크뮤직의 고급형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 스트리밍 라디오

장르 시대 가수 등 여러 주제로 분류한 채널을 지정하면 비슷한 종류의 음악이 라디오처럼 계속 흘러나오는 서비스. 이용자가 개별 선곡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업자가 알아서 선곡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