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루시드폴과 마종기, 두번째 편지집
미국에서 의사로 지낸 노시인과 화학자이자 촉망받는 젊은 음악가가 서로 만난 적도 없이 2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 편지들은 2009년 책으로 묶여 세대를 초월한 소통의 본보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5년 동안 간간이 소식을 이어가던 두 사람이 지난해 봄부터 다시 편지를 주고받아 1년 동안 40통의 편지를 나눴다.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은 이 편지들을 엮은 두 번째 책이다.

“눈을 감고 곰곰이 시를 더듬어보는데, 아 내가 선생님의 시 중 가족에 대한 시를 유독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루시드폴, 스물아홉 번째 편지)

“나는 때때로 고아처럼 느낍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하려는 사람은 때때로 고아처럼 외로워야만 한답니다. 오죽하면 작곡가 베토벤은 외로움이 자신의 종교라고까지 고백했겠습니까.”(마종기, 서른 번째 편지)

첫 번째 모음《아주 사적인, 긴 만남》은 예술가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데 비해 이번 편지 모음은 음악과 문학을 넘어 관계와 가족, 자연과 여행 등 삶 전체를 돌아본다. 시인과 음악가의 편지답게 차분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마음에 다가온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