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내 증시에서 새로운 큰손으로 자리 잡아 간다고 한다. 올 들어 중국이 순매수한 상장사 주식 규모가 1조4190억원으로, 외국인 전체 순매수액 가운데 68.2%나 된다. 절대비중이라고 할 만하다. 작년에도 46.7%를 차지했던 중국이다. 중국 해외투자펀드는 올 1분기 홍콩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자금을 한국에 투자했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한국 주식을 집중 매입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이 보유한 한국 주식의 지분가치는 아직 외국인 전체의 2.2%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이 압도적으로 세계 1위이고,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포함한 해외투자 확대도 적극 독려하는 중이다. 중국이 한국 주식 투자·보유 규모에서 곧 미국 유럽을 따라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한국 주식을 적극 사들이는 것은 그만큼 한국 기업의 전망을 밝게 본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자금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 자본은 대부분 국가가 통제한다. 투자수익이라는 자본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그런 자본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부 지배를 받는 자본이다. 미국 유럽의 자본은 오랜 전통을 거쳐 재무적 투자자 지위를 확립했지만 중국 자본은 다르다. 포브스가 2013년 기준 글로벌 2000대 기업에서 세계 1~3위로 평가했던 중국 공상은행·건설은행·농업은행은 모두 국유은행이다. 10위인 페트로차이나, 29위인 시노펙 같은 에너지기업은 최근 10년간 받은 국가보조금이 한화로 20조원을 넘는다. 산업별로 부당한 경쟁 침해 같은 논란을 빚을 소지가 다분하다.

더구나 한국 제조업에 대한 중국의 추격이 거센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유럽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M&A 전쟁이 한국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한국 증시의 대외개방도가 90%를 넘는 상황에서 차별적으로 중국만 막을 수도 없다.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 자금은 정부 정책에 따라서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 투자수익이 아니라 국가정책과 지시에 의해 움직일 수 있다. 해외 투기자금이나 헤지펀드 공격과는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