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이후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한국 사회의 소득불균형을 가속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계층 간 빈부격차가 경제적 요인 외에 인구·사회학적 요인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는 의미다. ‘1% 대 99%’라는 편가르기식 복지정책만으로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자유경제원은 16일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에 의뢰해 분석한 ‘한국의 소득분배’ 보고서를 펴냈다. 성 교수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득 격차는 1997~1998년 외환위기 직후 경기둔화, 기업 구조조정으로 급격히 확대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5~1996년부터 소득불균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저출산·고령화로 은퇴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소득불균형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이런 분석의 근거로 1인 가구와 2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의 차이를 들었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0과 1 사이의 값 중 1에 수렴할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6년의 경우 2인 가구 이상의 지니계수는 0.29였으나, 1인 가구 기준 지니계수는 0.32로 훨씬 높았다. 성 교수는 “1인 가구는 대부분 미취업 상태의 청년층이거나 배우자와 이혼·사별한 은퇴 노령자들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다”며 “출산율과 고령화 추세를 고려했을 때 1인 가구 기준 지니계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인구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득불균형 정도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를 감안해 복지정책의 틀도 빈곤퇴치 등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