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새 출발 다짐하며 새 직장 출근 첫날…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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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내가 괴롭혔던 후배가 인사팀에 떡!
이직하는 김과장·이대리의 새 직장 적응기
옮기려면 급성장하는 곳으로
경력자들이 주류…텃세 없어
이직자의 무기는 미소·밥·술
단기간에 '평판' 끌어올려
이직하는 김과장·이대리의 새 직장 적응기
옮기려면 급성장하는 곳으로
경력자들이 주류…텃세 없어
이직자의 무기는 미소·밥·술
단기간에 '평판' 끌어올려
“안녕하세요. 홍보실에 새로 온 김OO 차장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지난달 한 중견기업으로 이직한 김 차장은 짬이 날 때마다 일부러 사옥 곳곳을 돌며 ‘모든 직원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기’를 하고 있다. 김 차장은 “선배 임원이건,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건, 일단 허리 숙이고 정중하게 인사한 뒤 웃으며 한두 마디씩 튼다”며 “하루에 허리를 20~30번씩 숙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5년 넘게 몸담았던 이전 직장이 어려워지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옮겼다. 그러면서 자존심은 접어야 했다. 직급은 부장에서 차장으로 한 단계 내려갔고, 이른바 ‘공채 프리미엄’을 누리며 승승장구하던 것도 옛말이 됐다. “사실 이번 이직은 제 인생에 가장 힘든 결정이었어요. 그만큼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독하게 마음먹었습니다.” 다행히 처음에 데면데면하던 동료들은 깍듯하고 넉살 좋은 그의 인사 공세에 마음을 활짝 열어가고 있다.
○천태만상…새 직장 적응 노하우
생명보험회사에 다니던 한 대리는 최근 구조조정으로 같은 그룹 내 다른 업종의 계열사로 발령받았다. “전공이나 경력과 전혀 관계없는 업종이라 많이 부담됐어요. 군대에서 자대배치 받고 내무실에 처음 들어가던 때보다 더 졸았다니까요.”
낯선 곳에 둥지를 튼다는 건 누구에게나 큰 스트레스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직자가 좌충우돌하는 까닭이다. 이직자들이 새 직장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 적극 활용하는 무기는 ‘밥’과 ‘술’이다.
한 대리는 낯선 동료와 서먹함을 없애기 위해 ‘1일(日) 2식(食)’ 전략을 택했다. 점심과 저녁 식사 모두 새 직장 동료들과 같이 먹는 것이다. 그룹 입사 동기들을 들볶아 “자리 좀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술자리에선 숨겨왔던 음주가무 역량을 총동원해 화려한 유흥(?)을 주도하는 데 기꺼이 몸을 내던졌다. 뱃살은 급속도로 불고 있지만 한 대리는 최근 자신의 평판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웃는 얼굴로 기분 좋게 밥 먹고 술 먹는 것, 이게 최고의 무기인 것 같네요.”
대형 전자회사에 다니다 중소 외국계 회사로 이직한 배 과장은 1차 공략 대상을 ‘사장’으로 정했다. 이직 3개월 만에 사장의 최측근(?)이 되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 직원들이 사장님과 점심식사 같이 하는 것을 피하곤 하죠. 하지만 저는 일부러 자청했습니다. ‘그분 말은 진리’라는 생각으로 말씀들을 귀담아들었죠. 부하직원의 어떤 모습을 싫어하는지도 꼼꼼히 귀담아들었고요.”
주변에서 ‘딸랑이 아니냐’며 수군대는 소리도 있지만 그는 “큰 회사에 다닐 때는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됐지만 작은 회사에선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며 당당하다. “사장 앞에서 보고하는 것도 이젠 전혀 두렵지 않다”는 배 과장. 앗, 그러고 보니… 그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에서 ‘야망’이 엿보이고 있다.
○이직할 곳을 잘못 찾으면 ‘끝…’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직자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나쁜 조직’도 있다. 계약 당시 약속한 조건과 실제가 다른 경우다. 지금은 중견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C 대리는 지난 3년간 ‘지옥’을 경험했다. 광고회사 기획 담당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C 대리는 2년 뒤 한 금융회사 홍보실에 ‘광고 마케팅 담당자’로 이직했다.
그러나 출근 첫날 홍보실장은 C 대리에게 “지금 사내홍보 담당이 공석이니 1년만 광고 대신 사내홍보를 맡아달라”고 했다. 속은 상했지만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입장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1년 뒤 광고 마케팅을 맡겨달라는 C 대리의 요구에 돌아온 답은 “6개월만 더…”. 그 기간이 끝나니 또 “6개월만 더…”.
결국 약속한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3년이나 해야 했던 C 대리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사표를 냈다. “소처럼 일했던 건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돌아갈 곳이 없다는 저의 약점을 이용해 말바꾸기를 한 전 직장 상사에겐 지금도 기분이 정말 나쁩니다.”
지난해 ‘공중분해’의 아픔을 겪은 S그룹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진 이후에도 한 달에 한 번씩 만남을 갖고 있다. 각자 새 직장의 장단점을 공유하곤 하는데, Q 과장은 이직을 제일 잘한 ‘위너’(승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이유는 Q 과장이 이직한 회사에서는 이렇다 할 ‘텃세’가 없어서다.
Q 과장의 새 직장은 최근 몇 년 새 사세를 급격히 불리느라 공채 출신보다 경력직이 더 많다. 이직자가 ‘주류’인 곳이다 보니 서로 적응을 돕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는 것. Q 과장은 “직장생활 10년 만에 처음 이직해 많이 떨렸는데 천만다행”이라고 털어놨다. “기왕 이직할 생각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급성장하는 회사’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동료들의 은근한 견제에 고민하는 친구도 있는데 저는 운이 좋았죠.”
○누구나 이직할 수 있다는 진리
직장인들이여, 새 식구들에게 경솔하게 텃세 부리지 말지어다. 왜냐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출판사에서 일하는 임 과장은 이런 평범한 진리를 무시했다가 큰코다친 경우다. 그는 5년간 근무했던 전 직장에서 ‘쌀쌀맞은 선배’로 통했다. 자기 스타일에 맞지 않는 후배로 한 번 낙인 찍으면 불필요한 야근 지시부터 꼬투리 잡기 등 괴롭히기로 악명이 높았다. 2년 전 다른 회사에서 옮겨온 P 사원 역시 “조직 분위기를 못 맞춘다”는 임 과장의 막말을 못 견디고 몇 달 만에 사표를 쓰고 회사를 떠났다. P 사원은 사표를 내던 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임 과장은 그의 존재를 금세 잊었다.
얼마 전 임 과장은 연봉과 근로조건이 나은 다른 출판사로 이직했다. 새 출발을 다짐하고 출근한 첫날 임 과장은 사무실에서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인사팀에 떡 앉아 있는 P 사원을 발견한 것. 왠지 모를 찬 기운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오랜만이네요”라며 말하고 무미건조하게 자신을 쳐다보던 그의 직급은 임 과장과 같은 과장이었다. “P 과장이 임직원들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에이스’라더라고요….” 불안에 떨고 있는 임 과장, 자신의 업보를 잘 수습할 수 있을까.
임현우/안정락/황정수/김은정/강현우/김동현 기자 tardis@hankyung.com
지난달 한 중견기업으로 이직한 김 차장은 짬이 날 때마다 일부러 사옥 곳곳을 돌며 ‘모든 직원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기’를 하고 있다. 김 차장은 “선배 임원이건,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건, 일단 허리 숙이고 정중하게 인사한 뒤 웃으며 한두 마디씩 튼다”며 “하루에 허리를 20~30번씩 숙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5년 넘게 몸담았던 이전 직장이 어려워지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옮겼다. 그러면서 자존심은 접어야 했다. 직급은 부장에서 차장으로 한 단계 내려갔고, 이른바 ‘공채 프리미엄’을 누리며 승승장구하던 것도 옛말이 됐다. “사실 이번 이직은 제 인생에 가장 힘든 결정이었어요. 그만큼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독하게 마음먹었습니다.” 다행히 처음에 데면데면하던 동료들은 깍듯하고 넉살 좋은 그의 인사 공세에 마음을 활짝 열어가고 있다.
○천태만상…새 직장 적응 노하우
생명보험회사에 다니던 한 대리는 최근 구조조정으로 같은 그룹 내 다른 업종의 계열사로 발령받았다. “전공이나 경력과 전혀 관계없는 업종이라 많이 부담됐어요. 군대에서 자대배치 받고 내무실에 처음 들어가던 때보다 더 졸았다니까요.”
낯선 곳에 둥지를 튼다는 건 누구에게나 큰 스트레스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직자가 좌충우돌하는 까닭이다. 이직자들이 새 직장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 적극 활용하는 무기는 ‘밥’과 ‘술’이다.
한 대리는 낯선 동료와 서먹함을 없애기 위해 ‘1일(日) 2식(食)’ 전략을 택했다. 점심과 저녁 식사 모두 새 직장 동료들과 같이 먹는 것이다. 그룹 입사 동기들을 들볶아 “자리 좀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술자리에선 숨겨왔던 음주가무 역량을 총동원해 화려한 유흥(?)을 주도하는 데 기꺼이 몸을 내던졌다. 뱃살은 급속도로 불고 있지만 한 대리는 최근 자신의 평판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웃는 얼굴로 기분 좋게 밥 먹고 술 먹는 것, 이게 최고의 무기인 것 같네요.”
대형 전자회사에 다니다 중소 외국계 회사로 이직한 배 과장은 1차 공략 대상을 ‘사장’으로 정했다. 이직 3개월 만에 사장의 최측근(?)이 되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 직원들이 사장님과 점심식사 같이 하는 것을 피하곤 하죠. 하지만 저는 일부러 자청했습니다. ‘그분 말은 진리’라는 생각으로 말씀들을 귀담아들었죠. 부하직원의 어떤 모습을 싫어하는지도 꼼꼼히 귀담아들었고요.”
주변에서 ‘딸랑이 아니냐’며 수군대는 소리도 있지만 그는 “큰 회사에 다닐 때는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됐지만 작은 회사에선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며 당당하다. “사장 앞에서 보고하는 것도 이젠 전혀 두렵지 않다”는 배 과장. 앗, 그러고 보니… 그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에서 ‘야망’이 엿보이고 있다.
○이직할 곳을 잘못 찾으면 ‘끝…’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직자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나쁜 조직’도 있다. 계약 당시 약속한 조건과 실제가 다른 경우다. 지금은 중견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C 대리는 지난 3년간 ‘지옥’을 경험했다. 광고회사 기획 담당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C 대리는 2년 뒤 한 금융회사 홍보실에 ‘광고 마케팅 담당자’로 이직했다.
그러나 출근 첫날 홍보실장은 C 대리에게 “지금 사내홍보 담당이 공석이니 1년만 광고 대신 사내홍보를 맡아달라”고 했다. 속은 상했지만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입장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1년 뒤 광고 마케팅을 맡겨달라는 C 대리의 요구에 돌아온 답은 “6개월만 더…”. 그 기간이 끝나니 또 “6개월만 더…”.
결국 약속한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3년이나 해야 했던 C 대리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사표를 냈다. “소처럼 일했던 건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돌아갈 곳이 없다는 저의 약점을 이용해 말바꾸기를 한 전 직장 상사에겐 지금도 기분이 정말 나쁩니다.”
지난해 ‘공중분해’의 아픔을 겪은 S그룹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진 이후에도 한 달에 한 번씩 만남을 갖고 있다. 각자 새 직장의 장단점을 공유하곤 하는데, Q 과장은 이직을 제일 잘한 ‘위너’(승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이유는 Q 과장이 이직한 회사에서는 이렇다 할 ‘텃세’가 없어서다.
Q 과장의 새 직장은 최근 몇 년 새 사세를 급격히 불리느라 공채 출신보다 경력직이 더 많다. 이직자가 ‘주류’인 곳이다 보니 서로 적응을 돕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는 것. Q 과장은 “직장생활 10년 만에 처음 이직해 많이 떨렸는데 천만다행”이라고 털어놨다. “기왕 이직할 생각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급성장하는 회사’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동료들의 은근한 견제에 고민하는 친구도 있는데 저는 운이 좋았죠.”
○누구나 이직할 수 있다는 진리
직장인들이여, 새 식구들에게 경솔하게 텃세 부리지 말지어다. 왜냐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출판사에서 일하는 임 과장은 이런 평범한 진리를 무시했다가 큰코다친 경우다. 그는 5년간 근무했던 전 직장에서 ‘쌀쌀맞은 선배’로 통했다. 자기 스타일에 맞지 않는 후배로 한 번 낙인 찍으면 불필요한 야근 지시부터 꼬투리 잡기 등 괴롭히기로 악명이 높았다. 2년 전 다른 회사에서 옮겨온 P 사원 역시 “조직 분위기를 못 맞춘다”는 임 과장의 막말을 못 견디고 몇 달 만에 사표를 쓰고 회사를 떠났다. P 사원은 사표를 내던 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임 과장은 그의 존재를 금세 잊었다.
얼마 전 임 과장은 연봉과 근로조건이 나은 다른 출판사로 이직했다. 새 출발을 다짐하고 출근한 첫날 임 과장은 사무실에서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인사팀에 떡 앉아 있는 P 사원을 발견한 것. 왠지 모를 찬 기운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오랜만이네요”라며 말하고 무미건조하게 자신을 쳐다보던 그의 직급은 임 과장과 같은 과장이었다. “P 과장이 임직원들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에이스’라더라고요….” 불안에 떨고 있는 임 과장, 자신의 업보를 잘 수습할 수 있을까.
임현우/안정락/황정수/김은정/강현우/김동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