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 앞에 '포퓰리즘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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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 경제 적폐부터 없애라
(2) 정책 포퓰리즘 벗어나라
때이른 추경 논의…월1만원 증세도 '태클'…"경제서 정치 걷어내라"
"경제부총리 최경환은 정치인 최경환과 달라야"
지방선거 당선자 100조 국비지원 요구 막을지 관심
(2) 정책 포퓰리즘 벗어나라
때이른 추경 논의…월1만원 증세도 '태클'…"경제서 정치 걷어내라"
"경제부총리 최경환은 정치인 최경환과 달라야"
지방선거 당선자 100조 국비지원 요구 막을지 관심
지난달 2일 새누리당 세월호 참사 대책회의. 당시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최경환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최 의원은 “정부는 예비비를 동원하거나 돈이 모자라면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해서라도 취약지역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소비가 급격히 감소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는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을 무시한 발언이었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 변화, 법령에 따른 국가 지출 의무 발생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이유로 지난달 10일 “법적으로 추경 편성 요건이 안 된다”고 못박았다.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금 경기가 추경을 편성할 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에서 올해 3.7%로 높아진다. 기재부는 아직 올해 3.9% 성장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 후보자는 지난 13일 개각에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추경은 하면 하는 것”이라며 ‘경기 부양용 추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출범을 앞둔 ‘최경환 경제팀’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뜩이나 부총리와 손발을 맞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최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여당 실세 정치인 출신이다. ‘경제부총리 최경환’이 ‘정치인 최경환’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런 우려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최경환호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의 유혹’은 비단 추경 등 경기 부양책뿐만이 아니다. 당장 국민 생활에 민감한 임대소득 과세가 현안으로 올라와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13일 당정협의를 갖고 연간 2000만원 이하를 버는 월세 소득자에겐 주택 수에 상관없이 최고 38%의 세율이 적용되는 종합소득세 대신 14%의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과세 시기를 당초 2016년에서 1년 더 늦춰 2017년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인 전세 소득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재부는 “월세 소득과 마찬가지로 전세 소득도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반면 여당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 후보자가 정치권의 손을 들어줄 경우 ‘과세 원칙’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세제당국의 우려다.
지난해 8월8일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이 그런 사례다. 당시 기재부는 복지 재원 확충 등을 위해 연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증세안’을 내놨다. 대다수 중산층의 세 부담 증가액은 월 1만~2만원이었고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방식이었다.
사전에 이뤄진 당정협의에서 여당은 “잘 만든 세법 개정안”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야당에서도 “우리가 할 일을 대신했다”는 호평이 나왔다. 하지만 세법 개정안 발표 후 ‘월급쟁이 증세’라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정치권의 태도가 돌변했다.
야당은 “세금 폭탄”이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여당도 등을 돌렸다. 당시 최경환 원내대표도 “세제를 정치적 국면에 따라 바꿔서 누더기 세제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질타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고 기재부는 5일 만에 다시 당정협의를 열어 증세 기준선을 연봉 5500만원으로 올려야 했다. 하지만 당초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당시 진보계열 학자들 사이에서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 야당이 이 정도 증세를 세금폭탄이라고 해선 안된다”는 말을 들을 만큼 ‘합리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반대 여론에 밀려 제대로 된 찬반토론 한번 없이 수정된 것이다.
6·4 지방선거 후폭풍도 최경환호가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시민단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방선거 당시 경기, 울산, 세종을 제외한 14개 광역단체장 당선자로부터 선거 공약 소요 재원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총 220조6692억원에 달했다. 당선자들은 이 중 46%인 101조4935억원을 국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들이 향후 4년간 연평균 25조원가량의 ‘청구서’를 국가에 들이밀 것이란 의미다.
오는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내년 세법 개정안 작성, 오는 9월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은 ‘최경환 경제팀’의 성패를 가를 시험대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전문가는 “경제 정책과 나라살림을 총괄하는 부총리는 정치논리에 휘둘려선 안 된다”며 “법적 요건에도 맞지 않는 추경 가능성 등을 섣불리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하지만 이는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을 무시한 발언이었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 변화, 법령에 따른 국가 지출 의무 발생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이유로 지난달 10일 “법적으로 추경 편성 요건이 안 된다”고 못박았다.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금 경기가 추경을 편성할 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에서 올해 3.7%로 높아진다. 기재부는 아직 올해 3.9% 성장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 후보자는 지난 13일 개각에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추경은 하면 하는 것”이라며 ‘경기 부양용 추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출범을 앞둔 ‘최경환 경제팀’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뜩이나 부총리와 손발을 맞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최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여당 실세 정치인 출신이다. ‘경제부총리 최경환’이 ‘정치인 최경환’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런 우려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최경환호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의 유혹’은 비단 추경 등 경기 부양책뿐만이 아니다. 당장 국민 생활에 민감한 임대소득 과세가 현안으로 올라와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13일 당정협의를 갖고 연간 2000만원 이하를 버는 월세 소득자에겐 주택 수에 상관없이 최고 38%의 세율이 적용되는 종합소득세 대신 14%의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과세 시기를 당초 2016년에서 1년 더 늦춰 2017년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인 전세 소득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재부는 “월세 소득과 마찬가지로 전세 소득도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반면 여당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 후보자가 정치권의 손을 들어줄 경우 ‘과세 원칙’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세제당국의 우려다.
지난해 8월8일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이 그런 사례다. 당시 기재부는 복지 재원 확충 등을 위해 연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증세안’을 내놨다. 대다수 중산층의 세 부담 증가액은 월 1만~2만원이었고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방식이었다.
사전에 이뤄진 당정협의에서 여당은 “잘 만든 세법 개정안”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야당에서도 “우리가 할 일을 대신했다”는 호평이 나왔다. 하지만 세법 개정안 발표 후 ‘월급쟁이 증세’라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정치권의 태도가 돌변했다.
야당은 “세금 폭탄”이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여당도 등을 돌렸다. 당시 최경환 원내대표도 “세제를 정치적 국면에 따라 바꿔서 누더기 세제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질타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고 기재부는 5일 만에 다시 당정협의를 열어 증세 기준선을 연봉 5500만원으로 올려야 했다. 하지만 당초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당시 진보계열 학자들 사이에서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 야당이 이 정도 증세를 세금폭탄이라고 해선 안된다”는 말을 들을 만큼 ‘합리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반대 여론에 밀려 제대로 된 찬반토론 한번 없이 수정된 것이다.
6·4 지방선거 후폭풍도 최경환호가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시민단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방선거 당시 경기, 울산, 세종을 제외한 14개 광역단체장 당선자로부터 선거 공약 소요 재원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총 220조6692억원에 달했다. 당선자들은 이 중 46%인 101조4935억원을 국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들이 향후 4년간 연평균 25조원가량의 ‘청구서’를 국가에 들이밀 것이란 의미다.
오는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내년 세법 개정안 작성, 오는 9월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은 ‘최경환 경제팀’의 성패를 가를 시험대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전문가는 “경제 정책과 나라살림을 총괄하는 부총리는 정치논리에 휘둘려선 안 된다”며 “법적 요건에도 맞지 않는 추경 가능성 등을 섣불리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