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기업의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지원하는 국고보조금 규모는 매년 불어나는 반면 시행 성과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보조금 운용 실적을 더 엄격하게 평가하면서 효과가 없는 보조금 사업은 자동적으로 폐지되도록 하는 ‘보조금 일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덩치만 커진 국고보조금…성과는 되레 매년 낮아져
원종학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20일 한국제도경제학회(회장 이영훈)가 주최한 하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국고보조금의 전반적 현황과 문제점’에 따르면 국고보조금 지원 사업 수는 2009년 2003개에서 올해 2199개로 증가했다. 지원 액수도 같은 기간 40조원에서 52조5000억원으로 5년 새 12조5000억원(31%) 늘어났다.

원 연구위원은 2011~2013년 기획재정부의 국고보조금 사업 평가를 분석한 결과 보조금 사업의 성과가 해마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사업 및 재정지원의 타당성과 필요성, 사업 내용과 추진방식의 적절성 등을 기준으로 △정상추진 △사업방식 변경 △사업감축 △사업 폐지 등의 4단계로 평가를 내린다.

‘정상추진’ 판정을 받은 사업 비율(건수 기준)은 2011년 65.7%에서 2012년 53.6%, 지난해 48.8%로 해마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감축’ 판정을 받은 사업은 같은 기간 6.7%에서 12.8%, 16.5%로 매년 증가해왔다. 아예 폐지하라는 판정을 받은 사업의 비율도 같은 기간 9.8%에서 8.9%, 11.9%로 소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명목상 비율보다 더 심각한 것은 폐지 판정을 받은 사업에 투입된 예산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2011년 2987억원(전체 예산의 5.1%)에서 2013년 1조1450억원(21.5%)으로 엄청나게 늘어났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어딘가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누군가가 낸 세금”이라며 “5년 단위로 규제가 자동으로 효력을 잃도록 하는 ‘규제 일몰제’와 비슷한 논리로, 성과를 스스로 증명해보이지 못하는 보조금 사업은 자동 폐지하는 ‘보조금 일몰제’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