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시대' 표준확보 전쟁…LG전자, 현대차·GM·구글 손잡다
사물인터넷(IoT)과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등 떠오르는 시장의 ‘표준’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잇따르고 있다. 평소 특허를 지키기 위해 소송도 불사하던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표준 확보를 위한 연합체의 일원으로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앞세운 미국 구글이 애플의 iOS를 넘어 스마트폰 OS의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며 큰 성공을 거둔 것을 본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시장의 표준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표준을 장악해야 시장을 잡는다

LG전자는 인터넷으로 제어하는 커넥티드 카를 개발하는 연합체인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29일 발표했다. OAA에는 이미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대·기아자동차와 미국 GM, 독일 폭스바겐 등도 참여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에선 구글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전자부품에선 LG전자에 앞서 일본 파나소닉, 미국 엔비디아가 합류한 상태다.

이처럼 경쟁관계와 상관없이 다양한 업종의 글로벌 기업이 손을 맞잡은 이유는 공통의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표준이 없으면 시장이 커지지 않고 기술 개발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각 자동차 업체가 개별적으로 커넥티드 카를 만들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업체들은 매번 각각의 자동차를 위한 제품을 따로 개발해야 한다. 반면 공통의 표준이 있고 그 표준에 맞는 앱을 만들면 어느 자동차에든 적용할 수 있다. 완성차나 부품 업체들로선 자칫 사장될 수도 있는 표준 개발에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 커넥티드 카 성능 향상과 같은 본질적인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지금까지 ‘표준 장사’를 가장 잘한 업체는 구글이다. 2007년 애플이 자체 OS를 장착한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내놓자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용 OS를 내놓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다른 업체도 공유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개발했다. 이후 많은 앱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 OS 기반으로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삼성, LG 등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도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부득불 안드로이드 OS를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 구글이 표준을 만들고 생태계를 장악한 것이다. 덕분에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반 앱들의 거래 수수료로 거액을 챙기고 있다.

◆‘7조달러’ IoT 표준 놓고 치열한 경쟁

스마트폰 이후 열릴 최대 시장은 IoT다. 휴대폰뿐 아니라 가전제품,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 등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를 교환하고 작동하는 세상이 열리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7년 세계 IoT 시장 규모는 7조3000억달러(약 74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IoT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연합체가 줄줄이 탄생하고 있다. 퀄컴이 주도하는 IoT 통신표준 개발 연합체인 ‘올신얼라이언스’와 삼성이 이끄는 IoT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연합인 ‘SAMI’ 등이 대표적이다.

연합군끼리 서로 경쟁하는 사례도 나온다. 2012년 삼성이 스마트TV 시장을 주도하자 LG는 샤프, TP비전 등과 함께 ‘스마트TV 얼라이언스’를 만들었다. 삼성은 스마트폰에서 구글에 밀린 OS 표준을 IoT 시대에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로 ‘타이젠 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융복합 기술이 중시되는 IoT 시대에는 어느 한 기업의 기술로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