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자동차의 관세율(1.6%)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3년을 맞은 1일부터 전면 철폐된다. 이에 따라 벤츠와 BMW, 아우디, 랜드로버 등 수입차 업체들은 차값을 1% 안팎 인하하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관세 벽 사라진 유럽차, 가격인하 공세 거세진다
가격 인하폭은 모델별로 다르지만 일부 고가 차량은 최대 250만원까지 값이 내린다. 평균적으로는 50만~80만원 정도 인하된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1일부터 대형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레인지로버 5.0SC 오토바이오그래피’를 1억9850만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종전보다 210만원(1%) 값을 낮췄다. 소형 SUV인 ‘이보크 SD4 다이나믹’ 가격은 70만원 인하했다. 재규어 브랜드에 대해서도 대형 세단 ‘XJ 3.0D LWB 프리미엄 럭셔리’ 가격을 종전보다 130만원 내린 1억3970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전체 차종 가격을 50만~210만원 하향 조정했다.

BMW는 대형 세단 760Li 가격을 190만원 내리고, 520d와 320d도 50만원씩 깎았다. 아우디 역시 스포츠카 R8의 가격을 250만원 낮추는 등 전체 차량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2011년 7월 발효된 한·EU FTA는 3년 뒤부터 배기량 1500㏄ 이상의 유럽산 자동차 관세율(1.6%)을 철폐하기로 규정하고 있다. 1500㏄ 미만 소형차 관세율도 현행 4.0%에서 2.6%로 내린다. 국내 시장에서 팔리는 유럽산 수입차는 대부분 1500㏄ 이상으로, 중대형 수입차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주력 모델은 물론 고급 스포츠카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판매 목표를 3만8500대로 2000대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몇 년 새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수입차 판매량은 관세 인하 효과에 힘입어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3만대였던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15만대를 넘었고 올 들어 5월까지 7만646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서 12.1%, 13.6%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현재 수입차 시장은 독일 브랜드가 70%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푸조-시트로앵, 볼보 등 다른 나라 브랜드의 판매량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해 초부터 관세 인하분을 차량 가격에 미리 적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푸조-시트로앵의 공식 수입 판매사인 한불모터스의 동근태 영업총괄 상무는 “프랑스 본사에서 한국 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15% 늘어난 3200대 이상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소비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센터 확충에도 적극적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매달 최대 1500대를 처리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서비스센터를 열었고, 폭스바겐코리아도 서울 미아동에 신규 서비스센터를 개설했다. 수입차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된 고장수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최진석/강현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