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일 어업협상 전략 노출한 해수부
“아베 내각 내부의 정치적인 부분과 연계돼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농수산장관이 서일본의 어업 쪽 출신이고요.”

강준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이 30일 공개 브리핑을 하면서 한 발언이다. 해수부가 이날 발표한 한·일 어업협상 합의 실패에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가 영향을 줬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고위급 한·일 어업협상은 지난 25일부터 3일간 서울에서 열렸다. 2014년 어기(2014년 7월1일~2015년 6월30일)의 조업 조건이 쟁점이었다. 협상에서 한국은 일본 수역에서 잡을 수 있는 갈치 할당량을 현재 2100t에서 8000t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일본은 이를 거부했다. 일본은 현재 140t 이하 선망어선으로 제한된 한국 수역에서 고등어 조업을 199t급 선망어선으로 높여 영구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국은 불허했다.

강 실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갈치 할당량을 8000t으로 4배가량 늘려달라는 한국 측 요구가 무리한 측면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협상의 기술이다. 협상 전략 차원이다. 현실적으로는 현재 수준 또는 약간 감소된 수준에서 일반적으로 타결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의 요구도 협상 전략 차원으로 보느냐’는 연이은 질문에는 “별개의 문제로 본다”면서도 “다만 현재의 시험조업 수준(199t급 3척) 허용은 (협상)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런 강 실장의 발언은 외국과의 협상 주무부처 책임자로서 지나치게 솔직해 보였다. 브리핑 내용은 방송사 카메라로 모두 녹화돼 전파를 탔으며 정부 홈페이지에도 올랐다. 해수부 실무진은 뒤늦게 심각성을 깨닫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강 실장은 브리핑이 끝날 무렵 “어업 문제와 양국 간 정치 문제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정정했다.

더욱이 한국의 협상 전략이라고 밝힌 대목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를 넘었다. 통상 당국자들은 “국내 민감한 여론을 의식해 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잘한 것도 공개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협상 상대국이 공개된 내용을 다음 협상에 역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의 과도한 친절이 국익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재후 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