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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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6·4 지방선거 기간 내내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로부터 도심 재개발에 소극적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2011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뉴타운 출구전략과 마을공동체 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이 같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박 시장은 민선 6기 취임식을 하루 앞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발을) 싫어한다는 것이야말로 대표적인 편견과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사업성이 있고 주민들이 개발을 원한다면 뉴타운 사업도 강력히 지원할 것”이라며 “다만 20세기처럼 무차별적 개발이 아닌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저에 대한 오해 등이 지난 2년8개월 동안 많이 해소되고 불식된 결과다. 이 기간 동안 현안을 해결하고 채무는 줄이고 삶의 질은 높이면서 미래 초석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정책을) 검토하고 그림을 그리는 시기였다면, 앞으로 4년간은 이것을 실행하는 단계다.”

▷구룡마을 개발과 관련한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내용의 핵심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일부 환지방식이 무효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혜로 단정할 근거도 없다고 했다. 서울시의 개발 방식이 맞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강남구청장이 서울시와 협력하는 것이 상식이고 행정 질서상 맞는 것이다.”

▷수도권매립지 갈등도 여전하다.

“서울시와 인천시, 중앙정부 3자가 충분히 협의하면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도 수도권 주민 삶의 질을 위하는 것에는 입장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긴 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선거에서 용산 개발을 놓고 정 후보와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선거 당시 정 후보도 처음엔 용산 통합개발을 주장하다가 나중엔 단계적 개발을 내세웠다. 제가 강조한 분리·맞춤형 개발과 비슷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과도한 욕심이었다. 경기 침체까지 겹쳐서 실패했고, 주민들도 절반 가까이 개발에 반대했다. 일본 도쿄의 대규모 복합단지인 롯폰기힐스의 경우 1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주민을 설득했다.”

▷향후 용산 개발계획은 어떻게 되나.

“코레일이 소유한 용산 철도차량기지 부지의 경우 계획만 세우면 서울시가 얼마든지 협력할 것이다. 이곳의 개발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부지 건너편엔 단독주택지구, 상업지구,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아파트, 낡은 아파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낡은 아파트의 경우 노후화돼서 빨리 개발해야 한다. 용산 전체에 대한 개발 비전은 세우되, 단계적으로 분리해서 맞춤형 개발로 가야 한다.”

▷초고층 빌딩 등 서울의 랜드마크가 필요하지 않나.

“내가 뭔가를 짓는 것을 싫어한다는 얘기야말로 편견과 오해의 상징이다. 다만 21세기 도시의 핵심 비전은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점이다. 무조건 때려짓는 건 20세기의 얘기다. 현대적인 도시를 만들면서도 생태·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건물을 얼마나 높이 짓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민의 삶이나 기후 변화 등에 대응하는 도시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주민 참여가 낮아 방치된 노후지역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는 전면 철거형의 대단위형 도시개발을 했다. 이렇다 보니 원주민의 80%가 서울 외곽으로 쫓겨났다.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가 주거 수요를 충족시키지도 못했다. 뉴타운이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과도하게 지정됐다는 얘기다. 사업성이 있고 주민이 압도적으로 개발을 지지하는 곳은 강력하게 지원할 것이다.”

▷서울의 새로운 주거환경 모델은.

“사업성도 없고 뉴타운 방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는 곳도 있다. 한양도성 인근의 성곽마을들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한양도성과 인접한 종로구 이화동의 경우 주민이 개발의 주체가 되면서 관광지로 발전하고 있다. 관(官)은 외형이나 인프라만 갖춰지게 할 수 있을 뿐 지역 개발은 최종적으로 주민의 몫이다. 주민들의 선각자적인 지식과 열정이 있어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 서울의 미래 경쟁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부채 때문에 경전철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경전철 사업은 서울시 예산 외에도 국비, 민자가 함께 투입되는 사업이다. 특히 사업비의 절반 이상이 민자로 충당되기 때문에 채무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지금도 연간 4500억원 정도를 지하철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매년 500억원을 추가 투입해 10년 동안 연간 5000억원을 투자하면 경전철 건설이 가능하다.”

▷관피아 척결이 국가적 이슈가 됐다.

“관료가 (산하기관에) 가는 게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지나치게 일반화돼서 문제다. 서울시의 경우 산하기관에 반드시 전문성이 있는 공무원들을 내려보냈다. 또 공무원이 사장으로 임명되면 민간기업 출신을 경영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항상 보완을 해왔다. 극단은 늘 폐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정 후보의 공약 중 채택할 것은 없나.

“이미 전면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우선 정 후보가 내세운 일자리재단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새벽에 출근하는 얼리버드 시민을 위해 첫차를 무료로 운영하자는 것도 검토 중이다. 다만 예산이 1000억원가량 든다는 점이 문제다.”

■ 박원순 누구인가
대표적 1세대 시민운동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권변호사를 거친 대표적인 ‘1세대 시민운동가’다. 1994년 참여연대를 시작으로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를 잇따라 세웠다. 그는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인 2000년 ‘국회의원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했다.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하면서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1956년 경남 창녕 △경기고 △서울대 사회계열 중퇴 △단국대 사학과 △사법고시 22회 △대구지검 검사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민선 5기 서울시장

강경민/문혜정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