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권에 800억위안 투자 허용
중국이 자국 증권에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자격을 한국에 부여한다. 이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 등이 800억위안(약 13조원)의 한도 내에서 위안화로 직접 중국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전북 김제시 새만금에는 한·중 경제협력단지를 조성해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3일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중 협력 방안을 공동 발표할 예정이다.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위해 금융과 무역 등에서 한층 높은 수준의 협력을 이어가자는 취지다.

양측은 우선 한국에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생기면 굳이 달러를 매개로 하지 않고 원화와 위안화를 거래할 수 있다. 시장참가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거래비용도 낮추게 된다.

원·위안화 직거래를 위한 청산결제은행으로는 중국계 은행인 교통은행이 지정된다.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과 협의해 최종 결정한다. 최근 국내에선 교통은행을 비롯해 중국은행 공상은행 등이 청산결제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해 물밑 경쟁을 펼쳐왔다. 앞서 인민은행은 홍콩과 대만에서는 중국은행, 싱가포르에서는 공상은행, 런던에서는 건설은행을 청산결제은행으로 정했다.

한·중, 새만금에 '차이나밸리' 조성…첨단·생명산업 집중 육성

한국이 보유한 위안화의 중국 내 투자를 보장하기 위해 중국은 RQFII 투자한도를 배정하기로 했다. RQFII는 중국 주식과 채권시장 등에 위안화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관투자가를 의미한다. 한 국가가 중국으로부터 RQFII 한도를 부여받으면 그 국가의 운용사들이 이 한도 내에서 중국 금융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이번에 한국에 부여되는 RQFII 투자한도는 800억위안에 이른다. 양국은 향후 필요하면 한도를 증액하자는 내용도 합의문에 넣을 방침이다. 홍콩이 2000억위안, 영국이 800억위안, 대만이 500억위안의 RQFII를 이미 받은 상태다.

◆세계 다섯 번째 위안화 허브로

이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 등의 중국 투자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점차 개방되는 중국 금융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쟁은 이미 치열해지고 있다. RQFII는 해외투자자의 중국투자 통로였던 기존 QFII(적격외국인투자자)와 달리 중국 역외의 위안화로 직접 투자가 가능하다. 이는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활성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이 이번 협력방안에 합의할 경우 서울은 홍콩 대만 싱가포르 영국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위안화 거래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은 지난해 대중국 무역흑자가 628억달러에 달하는 등 무역결제를 위한 위안화 수요가 적지 않다. 아직은 한국 무역의 위안화 결제비중이 1.6%에 불과하다.

정부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연말까지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직은 국내 위안화 거래량이 많지 않아 직거래시장이 자리잡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97년 서울에 개설된 원·엔화 직거래시장은 유동성 부족으로 3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현재 역외 위안화 거래중심지는 홍콩이 대표적이다. 홍콩은 지난 3월 현재 1조위안의 위안화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위안화표시 채권인 딤섬본드 발행액도 지난해 62% 급증한 2800억위안에 달했다.

◆새만금에 경제협력특구 조성

양국은 또 새만금 한·중 경제협력단지를 공동 개발하는 데도 인식을 함께할 방침이다. 국내 최초의 국가 간 경제협력특구인 ‘새만금 차이나밸리’ 조성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한· 중은 이미 작년 12월 경제장관회의에서 새만금 차이나밸리 조성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새만금 복합도시용지에 산업, 교육, 연구개발(R&D), 주거, 상업 기능을 갖춘 25.8㎢ 규모의 융복합도시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차이나밸리에 첨단산업과 신재생에너지, 고부가가치 농생명산업 등 미래 성장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부지 조성 등 1단계 개발을 마치고 이후 2단계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KOTRA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새만금개발청, 산업은행, 전라북도 등 6개 기관은 최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양국은 또 높은 수준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할 예정이다. 세계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양국 간 교역을 늘려 2015년까지 무역규모 3000억달러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한국수출입은행과 중국 수출입은행 간 상호리스크 참여 약정을 통해 무역거래를 계속 촉진하자는 내용도 합의문에 싣는다.

한·중 정상은 또 해양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우선 해양수산부와 중국 국가해양국 간 해양분야 협력계획(2014~2018년)을 수립할 방침이다. 양국 어업수산 관련기관이 공동단속 등 협조체제를 만들고 수산협력 연구체제를 강화하자는 데도 합의한다. 특히 양측 어업 간 갈등이 적지 않은 서해에서 긴밀히 협조하자는 데 합의하기로 했다.

■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 제도

RQFII(RMB 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s). 외국인 투자자가 위안화로 중국본토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중국 정부가 국가별로 할당한 금액 안에서 해당국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위안화를 조달해 중국본토의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할 수 있다.

김유미 기자/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