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면 TPP 발효 10년 후 국내총생산(GDP)이 1.7~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참여 시 제조업은 유리한 반면 농수산업은 불리한 것으로 분석돼 정부가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TPP 참여 땐 제조업 年1조원 생산 증가"
미국 일본 등 12개 국가가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TPP가 체결되면 TPP 참여 국가들은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게 된다. 한국은 현재 이들 국가와 예비협상을 벌이며 협상 참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제출한 ‘TPP 심층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TPP 협상에 참여할 경우 발효 10년 후 실질GDP가 발효 직전 대비 1.7~1.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TPP에 참여하지 않으면 발효 10년 후 실질GDP는 0.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가 심층연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부가 작년 10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비롯한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해양수산연구원 등에 용역을 줘 지난달 말 도출한 결과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이 TPP에 참여할 경우 무역수지가 연간 2억~3억달러 개선되고, 연간 1조원의 국내 생산증가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TPP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엔 무역수지가 연간 1억달러 이상 악화되며 생산은 4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TPP 참여에 따라 산업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제조업은 자동차 철강 섬유 등 수혜업종이 연간 2억~4억달러에 이르는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보면서 1조원 이상의 생산 증가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다만 화학과 비철금속, 생활용품업 등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류했다.

농업과 수산업은 전반적으로 피해가 전망됐다. 농업은 연간 4000만달러 안팎의 무역수지 악화와 1000억원가량의 생산 감소를, 수산업도 연간 3000만달러 미만의 무역수지 악화와 500억원 전후의 생산 감소가 추산됐다. 농업 부문에선 육류 과실 채소 낙농품 등 거의 대부분 품목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수산업 부문에선 패류와 해조류는 생산이 늘어나지만 어류 갑각류 연체류 등은 생산이 줄 것으로 전망됐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심층연구 결과는 작년 말과 올 3월 협상이 각각 타결된 한·호주 FTA와 한·캐나다 FTA가 공식 체결 및 발효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뉴질랜드 FTA 등이 체결되거나 TPP 참여국 간 협상 내용이 나오면 또 달라지기 때문에 확정적인 수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 TPP

Trans-Pacific Partnershi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아시아·태평양 국가 간에 협상이 진행 중인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05년 6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이를 포함해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총 12개 국가가 협상하고 있다. 한국은 협상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