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정상회담을 하고 10개항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이 성숙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구축, 한반도 비핵화 원칙 재확인, 높은 수준의 한·중 FTA 연내 타결 추진 등을 합의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에서 중국 측의 진전이 전혀 없다. 공동선언에서 북핵이라고 직접 지칭하지도 않았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애매한 표현을 유지하고 있다. ‘북의 핵실험’ 같은 구체적인 언급은 아예 없다. 그러면서 이미 수명이 다한 것으로 판명된 6자회담 재개를 천명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도 자신의 주도권만 고집하는 형국이다. 한국과 중국의 입장에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만 확인됐다.

물론 중국은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더 나아가지 않고 있다. 북핵 등의 표현을 꺼리는 것도 북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으려는 뜻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해 정상회담 때 그랬듯이 이번에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확고한 입장이 표명됐다는 등으로 의미를 부각시키려고 든다. 아전인수격으로 우리 쪽으로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중국은 변화가 없고 아베(安倍)의 일본은 대북제재를 부분 해제하는 단독 플레이를 하며 공조의 틈만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외교전략의 부재에 기본적인 책임이 있다. 대중외교는 화려한 외교수사 일색이고, 대일외교는 과거사에 갇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중 정상이 일본 문제에 대한 어설픈 합의가 없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다.

중국의 요구와 압력만이 높아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이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압력을 피한 것이 다행이라고 할 정도이고 한·중 FTA는 어느새 높은 수준의 FTA로 물러나고 말았다. 높은 수준이라면 농업이 포함되는 것인지 아직 불명이다. 사방을 돌아봐도 한국의 동북아 외교는 막힌 곳뿐이다. 미국의 눈 밖에 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한국 외교가 총체적인 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