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르면 내주께 쌀 시장 개방 선언…수입쌀 관세율 '종가세' 방식으로 부과
사실상 쌀 시장을 개방하기로 결정한 정부가 수입 쌀에 종가세(從價稅) 방식의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종가세는 국제 쌀 가격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어서 양에 따라 관세를 매기는 종량세(從量稅)보다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하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르면 내주 중 쌀 시장 개방을 선언하고 이 같은 관세율을 계산하는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쌀 시장 개방으로) 국내로 수입되는 쌀에 대한 관세율은 종가세 방식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쌀 시장을 개방하는 국가는 종가세와 종량세 중 원하는 관세율 계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한국보다 먼저 쌀 시장을 개방한 일본과 대만 모두 종량세 방식을 택했다. 현재 일본의 관세는 ㎏당 321엔(약 3376원), 대만은 ㎏당 45대만달러(약 1519원)다.

일본 대만과 달리 한국 정부가 종가세를 선택한 것은 국제 쌀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여서 종량세보다 종가세 방식이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하는 데 유리해져서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쌀 ㎏당 781원에 400%의 관세율을 적용하면 3905원이 된다. 종량세로 ㎏당 3124원을 적용하면 3905원으로 같다.

그러나 미국 쌀값이 1.5배로 올라 1172원이 됐다고 치자. 종가세를 적용하면 한국으로 수입되는 미국 쌀 가격은 5860원으로 높아진다. 이는 종량세를 적용할 때 4296원에 비해 높다. 국제 쌀값이 오를수록 종가세가 유리해진다.

실제 최근 국제 쌀 가격은 급등하는 추세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중립종 쌀 국제 가격은 지난 1일 t당 1050달러로 지난 1월 초(650달러)에 비해 61.5%, 지난해 7월 초(705달러)에 비해서는 48.9%나 올랐다. 기후 변화, 수요 증가 등의 요인으로 국제 쌀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과 대만이 쌀 시장을 개방한 1990년대만 해도 국제 쌀 가격이 높지 않아 종량세를 선택했지만 향후 국제 쌀 가격은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개최하는 쌀 관세화(쌀 시장 개방)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서 이해 관계자들의 주장을 최종적으로 수렴한 뒤 이르면 내주, 늦어도 이달 중 쌀 시장 개방 여부를 공표할 예정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7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쌀 관세화 유예를 지속할 경우 의무수입물량이 증가해 결국 우리 쌀 산업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와 정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쌀 관세화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9월 말까지 수입 쌀에 대한 종가세 방식의 관세율을 산정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하고, 내년 1월1일부터 쌀 시장을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올 연말까지 쌀 관세화 유예를 적용받는다.

■ 종가세

수입가격에 일정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 국제 쌀 가격이 ㎏당 100원이고 관세율이 400%라고 가정했을 때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쌀의 최종 가격은 100원에 400원을 더한 500원이다. 이와 다른 방식으로는 가격과 관계없이 쌀 수입 물량에 관세를 부과하는 종량세가 있다. 예컨대 수입하는 쌀 ㎏당 400원의 관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