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역삼동 케이큐브벤처스에서 열린 24회 ‘패밀리 데이’. 케이큐브벤처스 제공
지난달 26일 역삼동 케이큐브벤처스에서 열린 24회 ‘패밀리 데이’. 케이큐브벤처스 제공
“창업자는 외로워요. 회사를 세우긴 했는데 경험이 없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아요. 그렇지만 직원들에게는 항상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고민을 털어놓기도 힘들고요.”

한국에 창업 열풍이 불면서 창업자를 위한 모임이 늘고 있는 것도 한 추세다. 그중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세운 케이큐브벤처스를 주축으로 형성된 ‘케이큐브 패밀리 데이’는 가장 오래되고 활성화된 모임이다. 2012년 6월부터 매월 열리는 이 모임은 지난달 26일 24회째를 맞았다.

이날 저녁 등에 가방을 멘 젊은 남성이 하나둘씩 서울 역삼동 케이큐브벤처스로 모여들었다. 영화 추천서비스 ‘왓차’를 개발한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 ‘불멸의전사’란 모바일 게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레드사하라의 이지훈 대표, 아이디어 상품을 소개하고 구매를 도와주는 해외직구 사이트 ‘미스터쿤’을 운영하는 황현승 대표 등이다.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투자받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 10~20명이 매월 말 모여 진행하는 ‘케이큐브 패밀리 데이’에서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이야기가 오간다.

올 상반기에는 모바일 게임 ‘헬로 히어로’로 히트한 핀콘의 유충길 대표가 글로벌 진출 노하우를 들려줬고, 박태훈 대표는 후속 투자 유치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보면서 얘기를 나눈 뒤 치킨과 맥주를 곁들인 2차에서는 보다 격의 없는 고민이 오간다.

직원은 어떻게 뽑고 관리해야 하는지, 사람이 늘어 사무실을 넓혀야 하는데 어디가 좋은지, 세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 고민은 다양하다.

지난해 초부터 케이큐브 패밀리 데이에 참석하고 있는 서영조 드라이어드 대표는 “게임 개발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아 2012년 5월 모바일 게임사를 창업하고 나서 막막했다”며 “이 모임에서 정욱 넵튠 대표 등 게임계에서 이름난 분들을 만나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병역특례로 검색 개발을 한 서 대표는 변리사 자격증을 따 2년간 로펌에서 근무하는 등 게임과는 경력이 무관하다.

카카오톡 성공에 이어 최근 다음을 합병한 김범수 의장이 가끔 참석해 자신의 경험과 산업에 대한 통찰력을 들려주는 것도 케이큐브 패밀리 데이의 묘미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미국에서 페이팔 출신이 서로 돕고 투자도 같이하면서 유튜브나 링크트인 같은 새로운 성공 사례를 키워냈듯이 케이큐브 패밀리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벤처 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초기 기업일수록 적극적으로 서로 교감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면에서 케이큐브 패밀리 데이는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 경험과 인사이트,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