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부동산 임대 규제 완화되면…은행, 20평형 상가 3700개 분량 임대 가능
국민은행 경기 안양지점은 연면적 8362㎡ 크기의 건물에 들어가 있다. 이중 3271㎡를 사용하고 461㎡만 임대를 줬다. 절반이 넘는 4630㎡는 빈 사무실로 방치하고 있다. 이 공간을 빌리기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임대면적 규제 때문에 계약할 수 없었다. 마땅한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안양시 노른자위 땅에 있는 빌딩의 절반가량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본지 4월1일자 A1면, 2일자 A1면 참조

◆방치했던 사무실 임대 가능

이런 현상은 20년 넘게 묵은 ‘낡은 규제’ 탓에 벌어졌다. 은행들은 점포가 들어선 자가 건물의 한두 개 층을 비워두기 일쑤였다. ‘은행이 업무용 부동산을 임대할 경우엔 직접 사용하는 면적의 1배 이내에서 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법령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은행이 점포가 들어선 건물을 공실 없이 자유롭게 임대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대신 임대면적 제한을 ‘직접 사용면적의 9배 이내’로 완화하기로 한 덕분이다. 이로써 점포가 들어선 전체 건물 면적의 최대 90%까지 임대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와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소유한 업무용 부동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693만㎡ 규모다. 이 중 직접 사용 중인 면적은 87.3%인 605만4000㎡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쓰고 있는 사용면적 중에도 규제에 맞춰 임대를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창고 등으로 억지로 쓰는 공간이 많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업무용 부동산 중 임대면적은 59만8000㎡(8.6%)에 불과했다. 방치한 공실면적은 24만4000㎡(3.5%)에 달했다. 이번에 규제 완화로 임대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기존 공실면적(24만4000㎡)은 모두 임대할 수 있게 된다. 20평형 상가로 따지면 3700개에 달하는 규모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기존에 방치한 공실만 임대해도 연간 1500억~3000억원 정도의 추가 임대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오피스빌딩과 상가의 월평균 임대료를 적용해 계산한 수치다. 기존 공실뿐만 아니라 그간 억지로 사용했던 일부 공간까지 임대하면 은행권의 임대수익은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점포 재건축도 잇따를 듯

임대뿐만이 아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은행들이 잇따라 오래된 점포 건물을 재건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은행은 규제 탓에 고층 건물을 지어도 임대하지 못해 재건축에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한 시중은행의 서울 불광동 지점은 위치상 10층짜리 건물을 세워도 되는 땅이지만 규제에 따라 5개층을 점포로 써야 해 재건축을 아예 포기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 점포가 들어선 건물이 도심 ‘흉물’이 돼도 재건축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재건축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