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주·농산물펀드 투자자들의 눈길이 우크라이나로 쏠리고 있다. 밀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미국·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 대립이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서방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등 심각한 갈등국면이 조성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産) 농산물의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되면 국제 농산물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커진다. 원재료 비용이 늘어나는 음식료주엔 부정적인 반면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농산물펀드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우크라 쇼크'에…식품株, 휘파람 멈췄다
○신냉전에 국제 농산물 가격 출렁

국제 농산물 가격은 우크라이나에서 전해지는 소식에 따라 출렁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세계 주요 농산물 수출의 17%를 담당하는 러시아(밀 수출 세계 5위)와 우크라이나(밀 수출 세계 9위) 간 긴장이 고조되면 관련 농산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소식이 처음 전해진 17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9월물 선물가격은 2.4% 상승하면서 올 4월15일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불안심리 탓에 곡물가격이 뛴 것이다. 하지만 18일(현지시간)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줄면서 다시 밀 9월물 선물가격은 3.4% 하락했고, 콩선물 가격은 2.2%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사태의 추이에 따라 곡물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라며 “서방과 러시아 간 감정적 대립이 심해질 경우 신냉전에 대한 우려로 곡물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식품·비료주 동반 급락

올 들어 농산물 가격 하락과 원화 강세로 휘파람을 불었던 국내 식품주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안한 모습이다. 밀 등 원재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크라운제과(-4.08%), 농심(-2.05%), 삼양식품(-1.53%), 오뚜기(-0.98%), 롯데제과(-0.96%), 대한제분(-0.94%), 삼립식품(-0.54%) 등이 지난 18일 모두 하락했다. 곡물가격과 밀접하게 연동된 비료주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여객기 격추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 18일 남해화학(-3.24%), 이지바이오(-3.0%), 조비(-0.40%) 등 비료주 상당수가 동반 부진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우원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식품 소재업체들이 통상 한 달 주기로 재고를 쌓기 때문에 당장은 식품주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가 밀과 옥수수 주요 산지이기 때문에 사태가 길어지면 곡물가격 상승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산물펀드 주목

반면 농산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농산물펀드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타이거농산물선물(H)’ 상장지수펀드(ETF)는 농산물 가격 상승 가능성을 반영해 18일 0.44% 오른 7990원에 마감했다. 거래량은 1만7991주로 올해 평균 거래량(1만910주)보다 많았다. 타이거농산물선물 ETF는 미국 상품선물시장에 상장된 밀 옥수수 대두 설탕 선물가격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S&P GSCI Agriculture Enhanced Select Index’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신냉전’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농산물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우크라이나 내전이 본격화된 지난 3월 국내 농산물펀드 9종(ETF 포함)의 평균 수익률은 4.89%로 국내·해외 펀드 중 가장 높았다.

김동욱/황정수 기자 kimdw@hankyung.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