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젊음의 아이콘’으로 인기를 끌던 고가 수입 청바지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청바지의 대명사로 꼽히는 리바이스의 한국 매출이 2년 새 30% 넘게 급감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해외 업체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리바이스의 눈물…비싼 수입 청바지 안팔린다
20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청바지 매출은 최근 몇 년째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 백화점의 청바지 매출은 2009년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으나, 2011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올 상반기에는 10%나 감소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리바이스 캘빈클라인진 게스 등 상위권 브랜드의 판매가 신통찮은 것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리바이스의 눈물…비싼 수입 청바지 안팔린다
강태우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제조·직매형 의류(SPA)와 토종 중저가 브랜드에서 내놓은 청바지로 소비자들이 많이 이탈했다”며 “가격이 10만~20만원대로 비싼 데다 100% 직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한국인 체형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리바이스의 한국법인 매출은 2011년 1040억원에서 지난해 715억원으로 2년 새 31.2%나 줄었다. 패션컨설팅업체 MPI의 최현호 대표는 “해외여행과 직구가 늘면서 수입 청바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졌다”며 “외국에선 세일 기간에 10~20달러에도 살 수 있는 옷을 굳이 한국에서 사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SPA의 대표 주자인 유니클로는 지난 봄·여름 전지현과 강동원을 모델로 내세운 4만~6만원대 청바지를 주력상품으로 내걸었다. MK트렌드의 토종 브랜드 버커루는 수입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의 청바지를 앞세워 연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반면 최고급 청바지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아예 40만~100만원대의 씨위, 제임스진 등 이른바 ‘프리미엄 데님’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유명 청바지 업체들의 고위 경영진이 최근 잇따라 한국을 찾아 ‘시장점유율 회복’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달 들어서 윌터 에들린 리바이스 아시아 최고재무책임자(CFO), 프랭크 칸첼로니 캘빈클라인 아시아퍼시픽 회장, 앤디 무니 퀵실버 회장, 그렉 로버트 수퍼드라이 해외사업부문장 등이 연이어 방한해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돌아갔다. 이들은 대체로 “한국은 아시아 시장의 첫 교두보가 돼야 한다”며 “마케팅 비용 지원을 적극적으로 늘려주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리바이스는 올 하반기부터 ‘100% 직수입’ 원칙을 깨고 한국인을 위한 전용 기획상품을 따로 출시하기로 했다. 리바이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수입 청바지들은 올여름 백화점 세일에서 할인 판매 품목을 전년 대비 3배가량 늘렸다. 한국 연예인을 활용한 스타 마케팅과 할인 등 판촉행사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강 CMD는 “실적이 악화하는 동안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해외 브랜드들이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한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침체됐던 청바지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쟁 브랜드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순발력’이 강점인 버커루 등 토종 브랜드에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