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퀄컴 뺏어라"…삼성전자 vs 대만 TSMC '파운드리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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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리포트
삼성전자 최대 고객이었던 애플, 특허분쟁중 TSMC로 거래 바꿔
삼성, TSMC고객 퀄컴 뺏고 역공…최첨단 14나노 공정 조기 개발
2015년 애플 물량 다시 찾아와…TSMC, 10나노로 반격 준비
파운드리 시장 규모 메모리 제쳐…사상 최대 '치킨게임' 예고
삼성전자 최대 고객이었던 애플, 특허분쟁중 TSMC로 거래 바꿔
삼성, TSMC고객 퀄컴 뺏고 역공…최첨단 14나노 공정 조기 개발
2015년 애플 물량 다시 찾아와…TSMC, 10나노로 반격 준비
파운드리 시장 규모 메모리 제쳐…사상 최대 '치킨게임' 예고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사업에서 최대 고객인 애플과 퀄컴을 놓고 뺏고 뺏기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메모리 산업에서 30년 치킨 게임이 끝난 가운데 파운드리 산업을 놓고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TSMC와 메모리 1위로 실력을 쌓아온 삼성전자의 치킨 게임이 본격화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이던 애플이 2년 전 TSMC로 거래처를 바꿔 탄 게 전쟁의 서막이었다. 절치부심하던 삼성전자는 TSMC의 최대 고객인 퀄컴을 유치한 데 이어 최근엔 최첨단 14나노 공정을 개발해 애플의 내년 주문을 되찾아왔다. 주도권이 삼성전자 쪽으로 기울자 TSMC는 10나노 공정을 삼성전자보다 먼저 개발해 2016년엔 애플과 퀄컴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대만의 삼성전자’로 불리며 2분기 약 2조4280억원(707억대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린 TSMC와 같은 기간 7조2000억원을 번 삼성전자 간 공정 개발 경쟁은 사상 최대의 치킨 게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퀄컴 잡아라” 엎치락뒤치락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일 “TSMC가 20나노 공정에서 애플 아이폰6에 들어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8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오랜 기간 AP 파운드리를 삼성전자에 의존해온 애플이 구매처를 바꿨다는 사실이 가시화한 것이다. 곧이어 16일 발표된 TSMC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 늘어난 1830억대만달러(약 6조2800억원)로 사상 최대였고, 영업이익은 23% 급증했다. 애플 납품이 본격화된 덕분이었다.
하지만 TSMC는 투자설명회(IR)에서 뜻밖의 발표를 했다.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20나노 이후) 내년에 가동할 16나노 공정에선 경쟁사에 졌다. 2016년에 다시 리더십을 찾겠다”고 말했다.
창 회장이 말한 경쟁사는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14나노 공정 기술을 먼저 개발, 16나노 공정을 개발 중인 TSMC를 압도했다. 이 덕분에 애플뿐 아니라 퀄컴도 최근 AP 주문을 삼성전자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승부를 뒤집은 것이다. TSMC는 즉각 10나노 공정 개발에 뛰어들었다.
○‘절치부심’ 삼성의 역습
TSMC는 파운드리 산업을 일군 기업이다. 올해 82세인 창 회장이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5년간 일한 뒤 1987년 고국에 돌아와 세운 회사로 작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46.3%였다.
삼성전자와 TSMC는 그동안 부딪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TSMC는 파운드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성을 엿보던 삼성전자가 2007년 애플로부터 AP 생산 주문을 따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작년 428억달러로 D램(350억달러), 낸드플래시(258억달러) 시장보다 크다.
두 회사가 정면으로 격돌한 것은 2012년. 삼성전자와 특허 분쟁을 벌이던 애플은 당시 차세대 AP인 A8 물량의 대부분을 TSMC에 몰아줬다.
삼성전자는 딜레마에 빠졌다. 애플만 믿고 미국 텍사스 메모리 라인을 파운드리 라인으로 바꿨고, 14조원을 들여 경기 화성에 초대형 17라인을 짓고 있어서였다. 게다가 AP를 만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부문은 지난 1분기 85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TSMC의 최대 고객인 퀄컴과 엔비디아, ST마이크로 등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애플을 다시 고객으로 되찾기 위해 14나노 공정도 서둘러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첨단 공정을 개발하면 애플은 주문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그 공정으로 만든 AP를 탑재한 삼성 스마트폰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삼성전자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수준의 공정을 개발하면 애플과 퀄컴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애플(스마트폰) 퀄컴(AP) 모두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반도체에서 분기당 2조원 넘게 버는 초우량 기업이어서 실탄도 넉넉한 편”이라며 “양사 간 진검승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 파운드리
고객사에서 시스템 반도체 설계도면을 받아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뜻한다. 시스템 반도체 업체는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수탁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로 나뉜다. 설계와 생산을 둘 다 하는 업체도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설계해 만드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가 있고, 애플 등에서 수탁받아 AP를 생산하기도 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대만의 삼성전자’로 불리며 2분기 약 2조4280억원(707억대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린 TSMC와 같은 기간 7조2000억원을 번 삼성전자 간 공정 개발 경쟁은 사상 최대의 치킨 게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퀄컴 잡아라” 엎치락뒤치락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일 “TSMC가 20나노 공정에서 애플 아이폰6에 들어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8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오랜 기간 AP 파운드리를 삼성전자에 의존해온 애플이 구매처를 바꿨다는 사실이 가시화한 것이다. 곧이어 16일 발표된 TSMC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 늘어난 1830억대만달러(약 6조2800억원)로 사상 최대였고, 영업이익은 23% 급증했다. 애플 납품이 본격화된 덕분이었다.
하지만 TSMC는 투자설명회(IR)에서 뜻밖의 발표를 했다.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20나노 이후) 내년에 가동할 16나노 공정에선 경쟁사에 졌다. 2016년에 다시 리더십을 찾겠다”고 말했다.
창 회장이 말한 경쟁사는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14나노 공정 기술을 먼저 개발, 16나노 공정을 개발 중인 TSMC를 압도했다. 이 덕분에 애플뿐 아니라 퀄컴도 최근 AP 주문을 삼성전자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승부를 뒤집은 것이다. TSMC는 즉각 10나노 공정 개발에 뛰어들었다.
○‘절치부심’ 삼성의 역습
TSMC는 파운드리 산업을 일군 기업이다. 올해 82세인 창 회장이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5년간 일한 뒤 1987년 고국에 돌아와 세운 회사로 작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46.3%였다.
삼성전자와 TSMC는 그동안 부딪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TSMC는 파운드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성을 엿보던 삼성전자가 2007년 애플로부터 AP 생산 주문을 따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작년 428억달러로 D램(350억달러), 낸드플래시(258억달러) 시장보다 크다.
두 회사가 정면으로 격돌한 것은 2012년. 삼성전자와 특허 분쟁을 벌이던 애플은 당시 차세대 AP인 A8 물량의 대부분을 TSMC에 몰아줬다.
삼성전자는 딜레마에 빠졌다. 애플만 믿고 미국 텍사스 메모리 라인을 파운드리 라인으로 바꿨고, 14조원을 들여 경기 화성에 초대형 17라인을 짓고 있어서였다. 게다가 AP를 만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부문은 지난 1분기 85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TSMC의 최대 고객인 퀄컴과 엔비디아, ST마이크로 등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애플을 다시 고객으로 되찾기 위해 14나노 공정도 서둘러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첨단 공정을 개발하면 애플은 주문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그 공정으로 만든 AP를 탑재한 삼성 스마트폰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삼성전자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수준의 공정을 개발하면 애플과 퀄컴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애플(스마트폰) 퀄컴(AP) 모두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반도체에서 분기당 2조원 넘게 버는 초우량 기업이어서 실탄도 넉넉한 편”이라며 “양사 간 진검승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 파운드리
고객사에서 시스템 반도체 설계도면을 받아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뜻한다. 시스템 반도체 업체는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수탁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로 나뉜다. 설계와 생산을 둘 다 하는 업체도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설계해 만드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가 있고, 애플 등에서 수탁받아 AP를 생산하기도 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